극단선택 부추기는 SNS … 4년새 7배 폭증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10.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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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이들
"살기싫어" "같이 죽을 사람"
SNS 유해 게시글 매년 증가
지난해만 22만건 신고 접수
"상담해줄게" 채팅 유도해
미성년자 性착취 범죄도
유해정보 차단 인력 태부족

중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 뒤 1년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A씨는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보고 A씨도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친해진 동갑 고등학생 B씨와 개인적으로 연락하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를 통해 비슷한 상황인 또래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초대를 받아 일상을 공유하며 지내는 사이가 됐다. A씨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실제 방법도 공유하고 장난 식으로 자해 사진 등을 올리기도 한다"며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자살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청소년들도 이러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엑스, 페이스북, 텔레그램과 같은 SNS부터 우울증 갤러리 사건이 터진 디시인사이드, 디스코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까지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살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각종 SNS에서는 검색 기능을 이용해 자살 관련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살'이라는 검색어를 쓰면 한국생명의전화 안내 문구가 나오며 정보가 제한됐지만, 자음이나 은어로 검색하면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또 해시태그를 통해 은어를 알아내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익명 커뮤니티에는 '자살' 방법뿐 아니라 자살을 암시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우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디스코드방이나 텔레그램방, 카톡 오픈채팅방을 소개하는 댓글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는데 A씨가 속한 채팅방도 이런 방식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익명 커뮤니티에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기자가 '우울증 상담해주세요'라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자 2시간 만에 10여 명이 상담해주겠다며 연락이 왔다. 이 중 몇몇은 답장을 하지 않자 상담해주겠다며 보이스톡을 걸기도 했고, 성별과 나이를 묻더니 성적인 대화와 만남을 시도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온라인상에 수많은 자살 관련 유해 정보가 유통되고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NS나 온라인 포털·커뮤니티 등에서 신고된 '자살 유발 정보'는 22만9764건으로 4년 전인 2018년(3만2392건)에 비해 7배 넘게 증가했다. 자살 유발 정보 신고 건수는 2019년 3만2588건, 2020년 9만772건, 2021년 14만2725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불법·유해 정보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다. 신고를 받고 심의를 거쳐야만 차단이 이뤄져 유해물로 최종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전담 인력은 2014년 운영한 이래로 1명뿐이라 수십만 건의 게시글을 관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외에 게시글 모니터링은 자원봉사자가 하는데, 이마저도 상시 모집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경찰 등 정부기관에서도 전문가를 두고 적극 모니터링하고 범죄 발생 시 수사에 나서야 하며, 민간에서도 자살 관련 유해 글을 보면 신고하는 등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자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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