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잠긴 마음의 문 … 고립·은둔 청년 50만명 넘었다
전체 청년 5%가 관계 단절
자살충동 일반인의 4배 달해
"정책적 관심 시급한 시점"
16세 딸을 둔 김 모씨는 1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을 겪은 딸은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다가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았다. 딸은 배달로 식사를 해결하고 화장실을 갈 때 외에는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김씨는 처음엔 딸을 나무라기도 했지만 딸이 자해 시도를 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김씨는 "딸이 컴퓨터만 하는데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폭이 문제가 됐을 때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지금 상황으로 이어진 듯해 내 탓인 것만 같다"고 말했다.
우울증 등 정신 질환과 학폭, 취업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단절된 생활을 하는 고립·은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약 5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의 자살과 강력범죄가 늘어나자 올해 처음으로 고립·은둔 청년 규모, 고립·은둔 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지난 7월부터 전국 19~39세 청년 5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고립 청년은 사회적 관계·지지가 단절된 청년이며 이 중 집, 방 등 한정된 장소에 머물러 있으면 은둔 청년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전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1만6000명, 은둔 청년은 청년 인구의 2.4%인 약 24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앞서 서울시는 고립·은둔 상태인 만 19~39세 청년이 전국에 최대 61만명이라는 조사를 내놓은 바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중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신체 건강과 관련해 '나쁘다'는 응답은 43.2%(매우 나쁘다 10.7%)로 일반 청년(14.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57.6%(심한 우울 18.3%)로 일반 청년(27.5%)의 2배를 넘었다.
방문석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은 "사회적 고립자는 우울 증세나 자살 충동이 일반인의 4배에 달하는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연결돼 사회적 비용도 매우 크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립·은둔 청년 등 사회적 고립 문제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조사한 2022년 사회관계망 지표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41개국 중 38위"라며 "고립·은둔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내놓으면서 고립·은둔 청년을 여기에 포함했다.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방문, 전화·문자 상담 등 각종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고립·은둔 청년을 파악하고 이들이 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도움 요청의 문턱을 최대한 낮춘다.
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고립·은둔 문제는 예방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대응 전략만 꾸리면 지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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