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수요조사 부터 '삐걱'…政 "4주 이내 완료" vs 의협 "왜곡 우려"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선행 작업인 수요 조사를 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충돌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될때 까지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함께 각 대학의 증원 수요와 역량, 향후 투자 계획을 조사하고 이를 '의학교육점검반'에서 4주 이내에 검토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결정하겠다는 것.
현재까지는 입학 정원 50명 이하의 지역 '미니 의대'와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의료사고 부담완화, 수가 보상, 근무 여건 개선 등 정책 패키지도 마련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의사 인력 확대는 인구 초고령화에 대비하고 의료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전국 40개의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각 대학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얼마를 늘리기를 희망하는지 조사하는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이해 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하게 될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즉시 반발했다.
의협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지자체와 정치인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수요조사) 결과가 도출된다면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가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은 국가재정의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종합적이고 신중한 의사 양성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필요한 의사 인력이나 적정 입학정원에 대한 추계를 주관적 수요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만나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정치 논리에서 배제된 과학적, 객관적 연구에 따라 필수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의대 정원이 논의돼야 한다"며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필수 의료 정부·지자체 정책 자금 지원, 의료 전달체계 개선이 없는 증원은 의미가 퇴색된다"고 일방적인 증원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필수 의료 혁신전략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의료 전달체계 개선과 함께 의사 인력 확충이 맞물려야 한다. 필수 의료 체계를 갖출 종합 정책이 필요하고 의사 인력 확충은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면서 "정부와 의협이 신뢰를 기반으로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릴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때"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계획 발표에 대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는 26일 "의대 입학정원은 20여년간 동결됐지만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적 수요를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협회는 "교육 현장의 과부하와 이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예견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40개 의과대학과 긴밀한 소통 하에 (수요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며 "의사 증원은 최근 불거진 필수 의료의 붕괴나 지역의료의 공백 해소를 위한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이를 위한 수가 정책, 법적 보호 강화 등 근본적인 제반 정책이 반드시 선행·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의대 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증원 규모 등의 결정, 정기적으로 의사 수급을 모니터링하는 전문가 기구 설치 등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아울러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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