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00패 팀끼리 월드시리즈…누가 이겨도 54년 만의 기적

직전 시즌 합산 승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아…올해 궤적도 비슷

월드시리즈 진출을 기뻐하는 애리조나 선수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Mandatory Credit: Bill Streicher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2023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는 '업셋'(하위 시드의 반란)으로 요약된다.

아메리칸리그(AL) 우승팀 텍사스 레인저스와 내셔널리그(NL) 챔피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년 전만 해도 한 시즌 100패 이상을 기록한 각 지구 꼴찌였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도 2021시즌 애리조나(52승 110패·승률 0.321)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공동 최하위, 텍사스(60승 102패·승률 0.370)는 바로 그 위 28위에 머물렀다.

26일(한국시간) MLB닷컴에 따르면 두 팀이 나란히 100패 굴레를 벗고 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애틀랜타의 전신),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 1969년 뉴욕 메츠,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만이 그 전전 해의 100패 성적을 딛고 월드시리즈에 올랐었다.

이중 브레이브스와 메츠만이 우승 반지를 끼는 데까지 성공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텍사스, 애리조나 어느 쪽이 이기든 1969년 이후 54년 만의 진기록이 쓰이는 것이다.

텍사스 선수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다른 기록에서도 두 팀의 '언더독'(전력상 열세인 팀) 기질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텍사스(68승 94패·승률 0.420)와 애리조나(74승 88패·승률 0.457)의 합산 승률은 0.438(142승 182패)이었는데, 이는 역대 월드시리즈 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199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직전 시즌 합산 승률이 0.42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따로 살펴보면 텍사스는 역대 월드시리즈 진출팀 가운데 직전 시즌 승률(0.420)이 3번째로 낮다. 애리조나(0.457)는 공동 17위다.

직전 3개 시즌으로 범위를 넓혀도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각각 4위(150승 234패·승률 0.391), 5위(151승 233패·승률 0.393)에 자리한다.

기념촬영하는 애리조나 선수들 [EPA=연합뉴스]

두 팀이 이러한 열세를 딛고 올 시즌 그려온 궤적도 비슷하다.

시즌 초중반 돌풍을 일으키며 7월 1일 기준 나란히 AL, NL 서부지구 선두에 올랐으나 조정을 거쳐 지구 2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 야구를 시작한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디비전시리즈에서 각각 100승 팀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텍사스는 볼티모어(101승 61패)를, 애리조나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100승 62패)를 격파했다.

두 팀은 챔피언십시리즈(7전 4승제)에서도 지난해 양대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AL), 필라델피아 필리스(NL)를 7차전 혈투 끝에 이기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텍사스와 애리조나 모두 3패(2승)에 몰렸다가 6, 7차전을 내리 따냈다. 2승 3패 열세를 뒤집는 역전승이 양대리그에서 동시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텍사스 선수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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