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고 추수한다"…자율주행 농기계 시연회로 엿본 K-농업의 미래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의 넓은 논밭에는 벼가 잔뜩 여물어 있다. 이곳에서 농업 플랫폼 기업 대동의 ‘미래 농기계’ 시연회가 열렸다. 원하는 기계에 타 보는 건 물론, 자율주행 이앙기가 직진하고 농업용 드론이 날아다니는 ‘미래 농업 풍경’이 어떨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농기계를 처음 몰아본 기자는 트랙터로 밭도 갈고, 콤바인으로 벼도 벴다. 대동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A에 올라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자 설정된 경로대로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가 갈길을 가는 동안 두 손이 자유로워 다른 일 하기가 편했다. 사진 촬영은 물론, 공책에 무언가 적는 것도 가능했다. 작동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통화가 가능한 정도였다. 맞는 경로로 이동하나 의심이 들 때는 바로 옆에 달린 화면을 보면 된다. 부지 구역과 이동 영역, 경로가 모두 표시된다.
벼 탈곡까지 수행하는 콤바인 DH6135-A에도 시승했다. 벼를 베는 높이와 깊이, 수평 제어 조작을 설정하고 자율주행 모드를 가동했다. 가득했던 벼는 머지않아 몇줄 안 남기고 밑동만 남았다. 대동의 자율주행 농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상욱씨는 “영농 6년차인데 콤바인 사용은 처음”이라며 “대동의 세팅 방식이 직관적이어서 편리하고, 이용 동작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라고 사용 경험을 전했다. 이 콤바인을 사용하면 수확량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대동은 26일 ‘스마트 농업’ 비전을 선포했다. 25일 충남 당진시에서 자율주행 농기계 ‘논농사 풀(full) 라인업(자율작업이 가능한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생육드론 등)’을 공개하고, 당진상공회의소에서 미래사업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은 행보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은 “농업이 첨단기술산업의 영역이 됐다”며 “논농사의 전주기를 커버하는 각 농기계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는 논농업 미래상을 보이려 했다”고 시연회 취지를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2026년까지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4가지 전략 방향성(△스마트 파밍 △AI자율작업 △커넥티드 △정밀농업)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작업과 고도화한 스마트팜을 대동의 앱 서비스 ‘커넥트’와 긴밀하게 연동해, 데이터에 기반해 효율적인 농사를 짓는 ‘정밀농업’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대동 관계자는 “올해부터 인공지능 모델을 농기계에 탑재하고 자체적 판단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특수 데이터 수집장치로 확보한 농산업 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축적하고, 분석해서 하나의 농업 솔루션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동뿐만 아니라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농업 분야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새단장한다. 국가 차원의 식량 자급자족 차원에서 농산업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고령화·지방 소멸 등으로 실제 농사짓는 인구는 줄고 있어서다. 업계 주요 점유 국내회사인 대동·LS엠트론·TYM 모두 농기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최적의 농업 방식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농업 솔루션’을 제시하는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기계 업체들의 최종 목표는 ‘완전 무인화’ 농업이다. LS엠트론도 24일 자율작업 트랙터 ‘MT7’의 시연회를 가졌다. MT7은 국내 논밭에서의 이동에 최적화된 ‘K-턴’ 경로 알고리즘을 지원하는 조달청 지정 혁신 제품이다. TYM은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TYMICT’를 두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이앙기(RGO690)와 트랙터(T130) 등을 선보이며 2024년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계들과 연동 가능한 앱 ‘MYTYM’도 출시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중이다.
당진=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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