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는 교부금, 보육에 써라"… 사회갈등 풀 열쇠는 '중산층 복원'

전경운 기자(jeon@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10.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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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상반기 국민통합 과제' 입수
中企 근로자 혜택 확대 등
생애주기별 맞춤정책 제안
최대위기 저출산 해법으로
"유연근무제 확산 앞장서야"
尹 "각부처 꼼꼼히 읽어달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가 최대 현안인 저출산 해결과 중산층 육성, 사회 통합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내놨다. 26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256쪽에 달하는 국민통합위 비공개 보고서(사진)에 따르면 국민통합위는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유연근무제 확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용처 변경,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대처 등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 만찬에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당과 내각에서 꼼꼼하게 읽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한국의 사회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핵심 원인이 중산층 붕괴에 있다고 진단했다. 중산층 감소로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중산층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150%'를 활용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민 60% 정도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지난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51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 256만~768만원을 벌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는 중산층이 두꺼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NH투자증권이 중산층에 해당하는 성인 1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5%가 자신을 '하위층'이라고 답했다. 사교육비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부동산 자산 격차까지 더해져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없는 국민이 상당히 많다는 뜻이다.

국민통합위는 중산층 복원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통합과 경제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열쇠라고 봤다. 중산층 붕괴에서 오는 심리적 좌절감을 치유하고, 사회·경제적으로 국민이 '동질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26일 국민통합위가 펴낸 '2023년 상반기 국민통합과제 논의내용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통합위는 경제·계층분과 과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중산층 복원'을 논의했다. 국민통합위는 중산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 중산층으로의 진입을 촉진하고 탈락을 방지한다는 큰 틀의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청년층·중장년층·노년층으로 집단을 구분하고 세대별 맞춤 과제를 제안하는 데 중점을 뒀다.

청년층에서는 이들의 중산층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주거 안정과 사회 진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에 대한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주택 공급 지원책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특히 청년층의 과도한 출퇴근 시간은 여가생활 축소로 중산층 인식 확산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시간을 뺏어 미래 소득 경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심 지역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층은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혔다. 위원회는 중장년층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통합위는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미취학 아동 보육은 물론, 초·중등 교과과정 외에 특강과 고등교육 재정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윤석열 정부가 고등교육(대학 이상)에도 교부금 일부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통합위는 예산 활용 범위를 더 넓히자고 제안한 셈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일·보육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유연근무제란 근로자 개인에게 근무시간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국민통합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가정 양립 지수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는 전체 사업체 가운데 59%,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직원 중 91%가 원격근무 제도를 통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통합위는 16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나 노인을 간병하는 근로자는 유연근무를 신청할 권리를 가진 것으로 아예 법률에 명시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통합위는 다른 국가보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자산 형성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주택청약 비중을 확대해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등 자산 축적과 노후 생활 보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년층에 대한 정책 목표는 중산층 이탈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국민통합위는 이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의료비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재원을 고려해 경증질환과 중증질환의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민통합위는 "의료비 지출 비중은 60세 이상에서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는 노년층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재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통합위 2기 연례 워크숍에 보낸 서한에서 "국민 통합의 기제는 우리 헌법이다. 헌법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의 실제적인 어려움에 공감해야 한다. 국민 속으로, 민생 현장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국민의 어려움을 보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경운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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