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10년 논란 종지부…대법 "학문적 주장"
"일본군 강제연행 부인 안해
매춘부 표현 사실적시 아닌
학문적 주장으로 판단해야"
1심 무죄·2심 벌금1000만원
朴 "국가와 다른생각 말할 자유"
"국가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말할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위안부 피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2013년 출간 이후 10년 만이고, 항소심 유죄 판결을 받은 지 6년 만이다.
대법원은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 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박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박 교수는 "국민의 사상을 보장하는 자유가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었다"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의 각 표현은 피고인(박 교수)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면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2014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2013년 8월에 책이 출간된 후 10개월 만이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고소장에서 "박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에서 우리를 매춘부나 일본군 협력자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은 2015년 11월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제국의 위안부' 중 "위안은…강간적 매춘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는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1심은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본 표현 35곳 가운데 11곳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맞는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제국의 위안부'가 조선인 위안부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동시에 조선 가부장제가 문제의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내용이나 맥락에 비춰 피고인이 검사의 주장처럼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사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으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판단할 때 '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명한 판결"이라며 "학문적 표현물에 관한 평가는 형사처벌에 의하기보다 원칙적으로 공개적 토론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박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말할 자유, 그러니까 근본적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양극단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저는 그 양쪽을 비판하면서 제3의 생각을 내놨다"고 했다. 또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척점에 있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 편에 서서 쓴 책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단체가 '제국의 위안부'를 문제 삼은 배경에 대해서는 "단체의 이익구조 유지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북한이 수교할 경우에 대비해 북한이 위안부 보상금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 위안부 문제 운동의 감춰진 목적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저를 고발한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이 횡령죄 혐의로 감옥에 구속 중이고, 윤미향 의원이 같은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 등이 이 사태의 또 하나의 배경을 짐작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과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이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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