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아이와 반려동물의 동거
2023. 10. 26. 17:22
행복한 ‘애개’ 육아를 위한 지침
오래 전, 친구가 아기를 가졌을 때다. 양가 어른들은 한목소리로 친구에게 반려견을 다른 데 보내라고 요청했다. 건강상으로나 안전상으로나 아이한테 해롭다는 게 이유였다. 친구는 투사가 되었고, 싸우고 버티고 설득한 끝에 아이와 반려견을 함께 양육할 수 있었다.
몇 해 전에는 후배가 아기를 가졌다. 시대가 변한 덕분인지 반려견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어른은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결국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험 가능성을 부풀려 미리 걱정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반려동물을 훈련시킨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함께 살 수 있다.
가장 먼저는 반려동물 털이 아이의 호흡기나 피부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겠다. 독일 보건당국은 아이 9,000명을 여섯 살까지 추적 조사한 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비율도 훨씬 낮았다. 6~7세 아이가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앓는 비율은 평균 33%인데, 한 살 전부터 반려동물과 같이 산 아이에게서는 아토피 비율이 15%에 그쳤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털이나 침, 미세 박테리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원의 일종으로, 어릴 때부터 미리 접촉하면 오히려 면역적으로 단련된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입장이다. 의사들은 인체 시스템은 반려동물 털보다 훨씬 작은 먼지까지 걸러 주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털이 아이에게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피부 질환이 아이에게 옮을까 봐 걱정도 된다. 요즘은 반려인 대개가 구충제를 먹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이에게 기생충이 있다면 밖에서 흙장난을 하며 옮겨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피부는 사람의 것과 완전히 달라 반려동물 몸에 사는 외부 기생충이나 박테리아는 사람 몸에서는 살 수 없다. 다만 둥글게 털이 빠지는 곰팡이성 피부 질환 ‘링웜’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어린 개와 고양이만 걸리는 질환으로 다 자란 반려동물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만약 어린 반려동물이 링웜에 걸렸다면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 기간 동안에는 접촉을 금해야 한다.
다음으로 안전상의 문제다. 따지고 보면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쪽은 아이보다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집 안 환경이 바뀌고, 반려인의 관심이 줄어들고, 금지 행동과 구역이 생기고, 산책과 놀이 시간이 줄어들고, 혼나는 상황이 늘어난다. 여기에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생명체에 카밍 시그널을 보내지만 먹히질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반려인은 반드시 반려동물에게 적응 훈련을 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 인형을 안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안고 있는 동안은 반려동물의 요구를 즉시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거실 한 편에 펜스를 설치해 금지 구역을 적응시킨다. ‘기다려’와 ‘하우스’ 훈련은 완벽히 마스터하고, 가끔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줘 일상적인 소음으로 인식시키면 도움이 된다. 아기가 반려동물을 마구 터치할 경우에 대비한 접촉 훈련도 필수다. 갑자기 귀나 발을 만진 다음 간식을 주고, 사료를 먹는 동안에도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간식을 준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접근이나 터치에도 간식 보상을 떠올리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와 반려동물 둘만 두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돌발 행동이 반려동물을 자극해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SNS를 보면 많은 이가 아름다운 ‘애개’ 육아기를 올린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 같지만, 여기에는 반려인의 묵직한 책임과 피땀 어린 노력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래야 비로소 반려동물과의 동거 덕분에 건강하고 공감 능력이 발달한 아이로 성장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도.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2호(23.10.31) 기사입니다]
가장 먼저는 반려동물 털이 아이의 호흡기나 피부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겠다. 독일 보건당국은 아이 9,000명을 여섯 살까지 추적 조사한 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비율도 훨씬 낮았다. 6~7세 아이가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앓는 비율은 평균 33%인데, 한 살 전부터 반려동물과 같이 산 아이에게서는 아토피 비율이 15%에 그쳤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털이나 침, 미세 박테리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원의 일종으로, 어릴 때부터 미리 접촉하면 오히려 면역적으로 단련된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입장이다. 의사들은 인체 시스템은 반려동물 털보다 훨씬 작은 먼지까지 걸러 주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털이 아이에게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피부 질환이 아이에게 옮을까 봐 걱정도 된다. 요즘은 반려인 대개가 구충제를 먹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이에게 기생충이 있다면 밖에서 흙장난을 하며 옮겨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피부는 사람의 것과 완전히 달라 반려동물 몸에 사는 외부 기생충이나 박테리아는 사람 몸에서는 살 수 없다. 다만 둥글게 털이 빠지는 곰팡이성 피부 질환 ‘링웜’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어린 개와 고양이만 걸리는 질환으로 다 자란 반려동물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만약 어린 반려동물이 링웜에 걸렸다면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 기간 동안에는 접촉을 금해야 한다.
다음으로 안전상의 문제다. 따지고 보면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쪽은 아이보다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집 안 환경이 바뀌고, 반려인의 관심이 줄어들고, 금지 행동과 구역이 생기고, 산책과 놀이 시간이 줄어들고, 혼나는 상황이 늘어난다. 여기에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생명체에 카밍 시그널을 보내지만 먹히질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반려인은 반드시 반려동물에게 적응 훈련을 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 인형을 안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안고 있는 동안은 반려동물의 요구를 즉시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거실 한 편에 펜스를 설치해 금지 구역을 적응시킨다. ‘기다려’와 ‘하우스’ 훈련은 완벽히 마스터하고, 가끔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줘 일상적인 소음으로 인식시키면 도움이 된다. 아기가 반려동물을 마구 터치할 경우에 대비한 접촉 훈련도 필수다. 갑자기 귀나 발을 만진 다음 간식을 주고, 사료를 먹는 동안에도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간식을 준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접근이나 터치에도 간식 보상을 떠올리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와 반려동물 둘만 두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돌발 행동이 반려동물을 자극해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SNS를 보면 많은 이가 아름다운 ‘애개’ 육아기를 올린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 같지만, 여기에는 반려인의 묵직한 책임과 피땀 어린 노력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래야 비로소 반려동물과의 동거 덕분에 건강하고 공감 능력이 발달한 아이로 성장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도.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2호(23.10.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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