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최다승 사령탑 올라선 신영철 감독, ‘싹 바뀐’ 우리카드의 반전 스타트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봄 배구 청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맡는 팀마다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지도력 덕분이다. 그런 그가 프로배구 사령탑 17시즌 만에 최다승 감독으로 우뚝 섰다. 신 감독은 지난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승리를 이끌면서 개인 통산 277승(214패)째를 올렸다. 과거 삼성화재 왕조를 이끈 신치용 전 감독이 보유한 프로배구 사령탑 최다승(276승)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월드리그와 월드컵에서 베스트 세터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는 등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서 뛰는 동안 한국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떨쳤다. 은퇴 뒤 지도자로서도 롱런하고 있다. 10년의 지도자 수업 끝에 2004년 LIG손해보험에서 처음 사령탑에 오른 신 감독은 이후 대한항공, 한국전력을 거쳐 2018~2019시즌부터 우리카드를 이끌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아직 없지만, 정체된 팀의 분위기를 바꿔 ‘봄 배구’로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2019~2020시즌에는 우리카드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면서 챔프전 우승까지 기대케 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도 우리카드를 주목하지 않았던 올 시즌, 신 감독은 V리그 초반 판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카드는 오프시즌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토종 에이스인 나경복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그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수에서 견고한 송희채를 OK금융그룹 송명근과 맞교환했다. 또 세터 황승빈을 트레이드 카드로 KB손해보험으로부터 한성정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변화의 폭이 컸다.
그럼에도 우리카드는 개막 4연승(승점 11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을 잡은 경기는 우리카드의 달라진 면모를 볼 수 있는 한판이었다. 우리카드는 세 번의 듀스 승부, 역대 최장 시간인 165분 혈투 끝에 승리했다.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뒤 2세트도 9번의 듀스 끝에 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3세트 7차례 듀스에서 승리하며 터닝포인트를 잡았다. 마지막 5세트도 듀스 승부에서 승리했다.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드래프트로 선발한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마테이 콕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신 감독을 웃게 만든다. 마테이는 대한항공전에서 무려 47점을 올리는 등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주목받는다. 고졸 2년 차 세터 한태준이 새 야전사령관으로 경기를 흔들림없이 이끌고 있고, 201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아시아쿼터 선수 이쎄이 오타케(일본)도 준수한 활약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 선수들을 괴롭히는 끈질긴 수비 조직력이 과거에 비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직 시즌 초반이다. 신 감독은 “방심하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며 경기 기복을 줄여야 한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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