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당 학생수 적은 '미니 의대' 울산·을지·제주대 증원 유력
전국 의과대학 중 입학 정원 50명 미만인 울산대, 성균관대, 을지대 등이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이 낮아 입학 정원을 확대할 여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국대 충주캠퍼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이 비율이 높아 추가 정원을 확보하려면 교수 채용 등에 나서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대 중에서는 제주대와 서울대가 증원 여력이 컸고 전북대, 충남대가 증원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을 위해 대학별 수요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각 대학이 얼마큼 정원을 늘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여러 차례 언급한 지방 국립대와 입학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교원 대비 학생 비율을 살펴본 결과 10여 곳에서 증원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전임 교원은 1만1502명, 학생은 1만8348명이다. 산술적으로 전임 교원 한 사람이 맡고 있는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었다. 특히 울산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차의과학대, 을지대, 인제대는 학생보다 교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소재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지금보다 80명 정도 더 받아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수용 여력에서 '교원 1명당 학생 수'가 중요한 것은 의대 교수는 대부분 부속 병원에서 임상의사를 겸하고 있어 이 비율 안에 부속 병원의 병상 규모, 연구실 규모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증원 여력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 가능한 대학의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반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국 평균보다 교원 대비 학생 비율이 같거나 낮은 17개 대학이 주목받고 있다. 지방 국립대·소규모 의대 중심의 정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17개교 중 수도권 소재 사립대를 제외하면 경북대(대구·1.6명), 대구가톨릭대(경북·1.6명), 단국대(충남·1.4명), 제주대(제주·1.4명), 서울대(서울·1.2명), 순천향대(충남·1.0명), 한림대(강원·1.0명), 인제대(경남·0.9명), 을지대(대전·0.8명), 울산대(울산·0.4명) 등이 우선적으로 증원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구가톨릭대, 단국대, 제주대, 을지대, 울산대는 현재 입학 정원이 40명에 불과해 증원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지원책 없이 학생 수만 늘리는 데 매몰돼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교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습 현장, 연구 시설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대학 간 인프라 격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울산의대는 재단 지원에 힘입어 추가 증원 계획을 반겼다. 최근에도 HD현대에서 건물을 기부채납받아 각종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울산의대 관계자는 "2025년 3월 마무리를 목표로 설비를 추가 확보하고 있어 어떤 인력 수요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의대는 강의실과 실험실 확충, 교수 확보 등을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 지역 소재 한 의과대학 학장은 "지금 시설은 현재 입학 정원인 49명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정부 가 교육 인프라 확충에 얼마큼 지원을 하느냐에 증원 가능 인원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고신대는 올해 들어 경영난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5월에는 대학 본부에서 의대에 학사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아 교수들의 임금이 체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복지부는 증원 수요가 있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인프라 보강에 나서는 것이 먼저라는 방침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지는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추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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