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기업 매력없어"… 외국인도 외면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0.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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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지분율 4년새 10%P 급감
가스공사·강원랜드는 반토막
정치권 입김에 경영 좌지우지
요금도 제때 못올려 실적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 종목들의 보유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임에도 시장 논리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경영이 좌지우지되며 실적 성장이 정체되자 자금을 빼내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상장 공기업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한국전력의 최근 외국인 지분율은 14.02%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인 2019년 말 24.67% 대비 약 10%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외국인 지분율도 2019년 11.36%에서 올해 4.99%로 쪼그라들었다.

전기, 가스 등 사회 공공영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종목 외 기타업종 공기업 상장사들도 '외국인 엑시트'를 피해 가지 못했다. 카지노 관련 종목인 강원랜드의 외국인 지분율은 종전 29.71%에서 최근 13.6%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업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경우에도 종전 7.61%에서 4.61%로 줄었다. 금융 업종인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9년 19.56%에서 올해 14.28%로 줄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방향성 투자에 중요한 수급 주체로 평가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실적이 정체돼 주가가 부진한 공기업 주식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운용 펀드 내 한국 공기업 비중을 줄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기업 종목들은 역사적 고점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한국전력은 2016년 기록한 고점에서 주가가 74% 내렸다. 한국가스공사도 2008년 고점에서 73% 떨어졌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실적을 추종한다. 한국 공기업 상장사들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은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또 향후 민간 기업처럼 폭발적인 이익 성장이 기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 공공영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특성상 마진율이 떨어져도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기가 곤란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은 주가에 치명적이다. 지난해 적자 32조원을 기록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시장 논리에 맞게 인상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주요 공기업들은 올해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적자 7조5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익 1조6200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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