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해결 주역 '명예 서울시민' 됐다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10. 26.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임기 마치는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印尼대사
한국과 26년 인연 기업인 출신
조코위 대통령 등 이어 3번째
양국간 MOU 체결 주도하고
SNS에서 한국문화 알리기도
학생 인턴십 '탤런트 풀' 운영
"한국은 제2 고향 다름 없어
인니 인재들 많이 진출하길"
26일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을 받은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양국 경제·문화 협력 강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년을 맞는 중요한 시기에 대사직을 맡은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인도네시아인들과 이 영예를 나누고 싶습니다."

26일 서울시청 청사에서 만난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대사는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을 받은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즐겁고 보람 있었던 한국 생활을 마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둬 기쁘다고도 했다. 2021년 11월부터 대사직을 수행해온 그는 다음달 임기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날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유독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과 인연이 깊다.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6년 인도네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명예시민증을 받았으며, 우마르 하디 전임 주한 인도네시아대사 역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어느새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가 점점 긴밀한 사이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부임 전부터 이미 '요소수 해결사'로 알려졌다. 2021년 요소수 품귀 사태가 터졌던 당시 그는 대사로 부임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우리나라의 도움 요청에 그는 정부 당국과 인도네시아 국영 비료회사 대표들을 적극 설득했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한·인도네시아 요소수 도입협력 MOU가 원만히 체결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월 1만t 수준의 요소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급한 불을 껐다.

그의 임기 중엔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기도 했으며, 다수의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이 열리면서 양국 간 네트워크가 두터워졌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출장차 한국을 꾸준히 방문해왔다. 한국 문화를 잘 알고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는 "1997년부터 LG 등 대기업과의 미팅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왔다"면서 "갈비탕, 찌개 등 한국의 음식은 인도네시아 음식과 매우 비슷해서 좋아한다"고 웃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는 대사관 공식 유튜브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한국의 대중교통 문화, 술자리 예절 등 한국 문화를 젊은 층에게 알리는 이색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임기 중 가장 뿌듯했던 일로는 인도네시아 인재들에게 한국 내 은행 및 대기업에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는 '탤런트 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꼽았다. 그는 "한·인도네시아 간 경제협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블루칼라가 아닌 화이트칼라 인력 역시 한국으로 활발히 진출하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40년간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업인 출신 외교관이다. 인도네시아 디포네고로대 공과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제조·판매 업체 아스트라그룹에 입사했다. 입사 후 자동차 판매 업무를 도맡아 10년간 영업 현장을 누비며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아스트라그룹의 BMW 판매조직 총괄직을 맡기도 했다. 2021년에는 특명전권대사로 주한 인도네시아대사직에 취임하면서 외교관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대통령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도 외교관으로 일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실상 서울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부임지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 사람들과 맑은 공기가 그리울 것 같다. 지금처럼 양국 간 관계가 해가 갈수록 더 가까워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재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