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산학연 동맹 확대해야

2023. 10.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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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Eureka)는 고대 그리스어로 "발견했다, 알아냈다, 찾아냈다"라는 뜻이다. 그리스의 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에 섞인 금과 은의 비율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심하던 중 목욕할 때 욕조에 들어가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비중의 개념을 깨달아 알몸으로 뛰어가며 외친 말로 유명하다.

이 단어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산업기술 국제 협력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인 유레카(EUREKA)가 대표적이다. 유레카는 1985년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되어 시장지향적 산업기술 개발 공동체 조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현재 47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유럽과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2009년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회원국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2022년에는 비유럽 국가 최초로 정회원국으로 승격됐고, 올해 6월에는 핵심 10개 국가로 구성된 이사회 회원으로도 선출돼 유레카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와 같은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서 선제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우수 인력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기술 동맹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차세대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에너지'를 주제로 이달 30일 국제 기술 협력 콘퍼런스인 '코리아 유레카데이'를 연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유럽의 기업, 연구소,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을 연결해주기 위해서다. 참석자들은 기술 포럼, 아이디어 발표, 일대일 상담회 등에 참여하여 국제 협력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코리아 유레카데이는 우리나라가 2010년부터 매년 유레카 의장국과 연계해 개최해온 행사로 지금까지 3000여 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상담을 통해 발굴된 과제 중 절반 이상이 실제 프로젝트로 발전해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일례로 A사는 차량에 설치한 센서를 사용해 실시간 도로 기상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포르투갈, 벨기에 등과 공동으로 개발해 향후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B사는 공장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는 로봇 시스템을 노르웨이, 스위스 등과 공동 개발한 뒤 국내 수요 기업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한국의 정회원국 승격 이후 처음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의장국인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회원국 12개국에서 100여 명의 산학연 사절단이 참여한다. 특히 8개 나라에서는 국가별 세미나 세션도 준비하여 자국의 산업기술 전략을 홍보할 예정이다.

속도가 중요한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등 우리나라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단시간 내에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코리아 유레카데이를 통해 국내 산학연이 좋은 파트너를 찾아서 '유레카'라고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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