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된대도 퇴사할래요”…국토부 민원콜센터에서 무슨 일이[국감단독]
국토교통부 민원콜센터에는 매일 오전 9시 상담 시작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거는 민원인이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에 대해 ‘건의사항’을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실상은 상담사를 상대로 일방적인 ‘훈계’나 ‘질책’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대기 중인 다른 민원인을 위해 상담사가 상담을 종료하면, 공중전화로 번호를 바꾸어 걸기도 한다. 하루에 10통 넘게 전화를 거는 날도 흔하다고 했다.
‘상담원의 부정확한 안내로 재산상 손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민원인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수개월 간 매일같이 이어지는 항의 전화는 담당 상담사는 물론 센터에 있는 다른 상담사들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조승진 센터장은 “10년 이상 경력자들도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닐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국토부 민원콜센터가 상담사들의 ‘번아웃’으로 인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콜센터는 주택청약·건축·항공철도·자동차 등 국토부가 담당하는 모든 업무를 최일선에서 안내하는 기관이다. 2021년까지는 외부 용역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1월부터는 국토부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용역회사가 바뀔때마다 상담사들의 급여와 재계약여부가 달라졌지만, 지난해부터는 상담사들도 국토부 소속 공무직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해 1월 직접 고용한 9명 중 4명이 6개월도 안돼 퇴사했다. 같은해 11월 5월 추가 채용을 진행했으나 그중 3명이 또 수 개월만에 그만뒀다. 현재도 정원 33명에서 6명이 모자란 27명의 근무하며 결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담사 42명 중 14명이 퇴사하며 33%의 퇴사율을 기록했다.
직접고용 이후에도 이어지는 ‘줄퇴사’ 원인으로는 우선 본사(국토부)와 단절된 업무 환경이 꼽힌다. 민원콜센터 상담사들은 국토부가 있는 세종정부청사가 아닌 정부과천청사에서, 2개층에서 나누어 근무하고 있다. 국토부의 정책 변경이 상담사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어려운 구조다. 갑작스러운 결원으로 사전교육을 받지 못한 분야를 상담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담의 정확도는 떨어지고, 상담원들이 감당해야 할 민원의 강도는 세진다. 조 센터장은 “민원인이 변경 사항을 알려주면 그제서야 담당부서에 변경사항을 공유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담사들이 일할 수 있는 통합된 공간이 없다보니 상담사마다 상담 내용이 달라지고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열악한 처우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센터가 접수한 민원은 총 24만6015건으로, . 상담사 1인당 하루 평균 37.4건의 상담을 수행했다. 반면 상담원 평균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인 약 2500만원(실수령액 기준)이다. 근속수당이 연 3만원에 불과한점을 고려하면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 센터장은 “공무원 처우를 기대하고 센 업무 강도를 감당하겠다던 신규 상담사들도 수개월간의 사전교육을 거쳐 막상 업무에 대한 투입되면 너무 힘들어한다”며 “센터장으로서 그만두겠다는 상담사들에게 달리 해줄수 있는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토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다고 했다. 박정호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상담사들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려는 교육은 계속 강화하려 하고 있다”면서도 “국가기관 상담사의 처우 개선은 재정당국인 기재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민기 의원은 “국민이 불편을 겪을때 가장 먼저 찾는 국토부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라며 “콜센터 직원들이 폭언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응대 절차를 재점검하고, 숙련도 높은 직원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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