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1900명 사망···‘삶’ 대신 ‘죽음’ 대비하는 가자지구 사람들
‘무연고 집단 매장’ 피하려 팔찌 차는 아이들
전쟁 발발 18일 만에 사망자 6500명 넘어서
가자지구 내 병원, 응급실 제외 가동 정지
단 사흘간 19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리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옮겨 붙으며 민간인 사망자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쟁 발발 18일 만에 사망자가 6500명을 넘어서면서 봉쇄된 가자지구에서는 ‘생존’ 대신 ‘죽음’을 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가지지구 주민들이 ‘신원 불상’ 시신으로 집단 매장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족을 식별할 수 있는 팔찌를 착용하거나 몸에 이름 등 신상 정보를 적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로 피란을 온 알리 엘다바(40)도 그들 중 하나다. 그는 파란색 끈으로 된 팔찌를 구해 가족들의 양쪽 손목에 묶었다. 그는 “폭격으로 찢겨져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수없이 목격했다”면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팔찌를 보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다바는 현재 세 아이와 함께 칸 유니스에, 그의 아내는 다른 아이 넷을 데리고 북부 가자시티에 있다. 전체 가족이 일거에 ‘몰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산 가족’이 되기로 한 것이다.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몸에 이름 등 신상정보를 적는 일도 점차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공습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영안실은 물론 시신을 묻을 곳조차 부족해지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은 번호가 매겨진 채 집단 매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은 뒤늦게 이들을 찾는 가족이 나올 것을 대비해 매장 전 시신의 사진을 찍고 혈액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역사상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으며 지난 24일부터 이틀 연속 일일 사망자는 7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울어줄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가족 전체가 폭격에 의해 숨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마람 휴메이드는 알자지라에 보낸 글에서 “매일 포탄이 떨어지면서 애도할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서 “어떤 이들은 포격과 살육의 광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결말’을 맞이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따금 인터넷 접속에 성공해 뉴스에서 구호트럭 반입을 둘러싼 혼란을 볼 때면 이 세계의 우선순위에 어리둥절해진다”면서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구호품보다 시급한 것은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쇄 3주차에 접어들며 병원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1차 의료시설의 절반과 병원의 3분의 1이 연료 부족으로 이미 폐쇄된 상태다. BBC는 이날 그나마 환자를 받고 있던 병원들에서 응급실을 제외한 다른 부서의 기능이 모두 정지됐다고 전했다. 필수 의료 장비를 가동할 연료가 불과 몇시간 분량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신생아 인큐베이터 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 가동을 위해 다른 기능은 폐쇄한 채 응급 환자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의 무함마드 아부 셀메야 병원장은 “병원들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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