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를 연애예능으로? 테너 존노의 실험
韓군인과 여친 얘기로 재해석
내달 8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광수, 영숙이는 대체 왜 그래?' 21세기 한국에 남녀 연애심리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있다면, 18세기 유럽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가 있었다. 커플들이 얽히고설킨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 말이다. 인기 테너 존 노(32)가 '코지 판 투테'를 연애 예능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를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에 기획부터 각색·연출·출연까지 맡았다.
원작은 젊은 장교인 두 남자가 각자 애인의 사랑을 시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전쟁터로 떠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변장한 채 다시 나타나 서로의 애인을 유혹한다. 이들을 부추기는 건 늙은 철학자 돈 알폰소와 약삭빠른 하녀 데스피나다. 존 노는 이 이야기를 군 입대 후 휴가 나온 장병들이 관찰 예능 PD의 제안을 받아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지 아닐지 시험해본다'는 식으로 새롭게 꾸민다. 데스피나는 예능 작가로 탈바꿈시켰다. 3시간에 달하는 원작을 핵심만 압축해 80분 만에 보여주는 가벼운 오페라다.
다음달 8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준비에 한창인 존 노를 직접 만났다. 앞서 2021년엔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을 21세기판 실업 청년의 이야기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던 그다. 도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샘솟은 걸까.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아이디어가 많았거든요. 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할 때 작은 '살롱 오페라'를 많이 해봤어요. 우리나라 관객들께도 진지하고 묵직한 것만 오페라가 아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택해 각색했죠."
그는 정통 오페라 무대에도 수차례 섰다. 방송 출연 후 유명해진 지금도 오페라는 그의 꿈이다.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원 성악과 수석 졸업, 줄리아드 음대와 예일대 음대 석사를 거쳤고, 예일대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익혔다. "혼자 부르는 아리아보다, 여러 사람이 무대 위에서 합을 맞춰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데서 큰 매력을 느껴요. 이번 무대에서도 6명의 가수가 다함께 노래하는 6중창 순서가 가장 매력적이죠."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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