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투자했더니 4400만원 증발"…내년 7조 만기 더 큰 '폭탄' 터진다

김은령 기자, 김남이 기자, 김희정 기자 2023. 10.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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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HSCEI)가 최근 연저점까지 내려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며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만기가 도래한 일부 ELS는 손실이 확정됐고 녹인(손실구간)에 진입한 7조원 가량의 ELS 만기가 내년 상반기부터 도래해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확정됐고, 내년 1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관련 ELS 대부분은 원금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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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홍콩H지수(HSCEI)가 최근 연저점까지 내려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며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만기가 도래한 일부 ELS는 손실이 확정됐고 녹인(손실구간)에 진입한 7조원 가량의 ELS 만기가 내년 상반기부터 도래해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에서 판매한 상품 중 이달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 4종에서 평균 45%의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4월 판매된 해당 상품은 운영기간이 30개월로 이달 만기가 도래했다. 판매 당시 1만을 넘었던 홍콩H지수가 최근 6000선을 밑도는 등 크게 하락하면서다. 지난 20일 만기를 맞은 A상품의 경우 H지수가 7110 이상돼야 손실을 피할 수 있으나 평가일 기준 H지수는 6092.55를 기록했다.

최초기준가격의 55.7% 수준으로 투자자 입자에서는 44.3%의 손실을 봤다. 1억원을 맡기고 만기까지 갖고 있었다면 약 4400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만기가 도래한 4개 상품은 청약 당시 12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보통 ELS 상품이 3년 만기로 운영되지만 해당 상품들은 운영기간이 2년6개월로 짧아 먼저 손실이 실현됐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판매돼 미상환된 ELS 잔액은 10조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녹인이 발생한 ELS는 7조원 규모이며 대부분이 HSCEI 관련 상품이라고 밝혔다. 이가운데 6조원 가량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온다.

대부분 2021년 초 발행된 상품으로 당시 1만2271.60의 최고점을 찍는 등 당시 홍콩H지수는 1만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신규발행된 ELS의 40%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 버블이 너무 오래 지속되며 부동산시장의 위기와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제한 등 미-중 무역 분쟁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고조돼 외국인의 중국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HSCEI는 19%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도 약 13% 뒤로 밀렸다. 만기 손익 구간에 진입하려면 7000선 이상이어야 하지만 현재 6000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간 회복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이 빠른 시일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아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수백억원의 손실이 확정됐고, 내년 1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관련 ELS 대부분은 원금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내년 1월, 2월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 미상환 잔액은 각각 8400억원,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도 긴장 중이다. 특히 내년이 고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ELT(주가연계신탁)·ELF(주가연계펀드) 중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H지수 관련 상품 규모가 13조6200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주로 ELT·ELF로 ELS 관련 상품을 취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당시 H지수가 상승장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의 관련 상품 문의가 많았다"며 "원금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손실 가능성이 작다는 것에만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규모 손실에 대비해 ELS 관련 상품 고객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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