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윤 대통령은 왜, 귀국 몇시간 만에 '박정희 추도식'을 찾았나
구 친박계 TK 출마설…표 분산땐 민주당 반사이익
현직 대통령 참석 처음…尹 "'하면 된다' 정신 새겨야"
박근혜 "우리 앞 어려움…정부·국민 잘 극복할 것"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으로 향한 것은 여권에 냉랭해진 민심을 잡기 위한 '보수 결집'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텃밭 중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여권 내부 분열을 막으려는 것 일종의 '표 단속'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정희 정신' 새겨 도약하는 대한민국"
윤 대통령은 26일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고인의 정신을 여러 차례 떠올리며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하면 된다'는 이른바 '박정희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우리 국민에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셨다"며 "웅크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서 우리 국민을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키셨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올해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동반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행사장에 도착해 먼저 도착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여권에 냉랭해진 민심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은 채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길에 올랐다. 최근 하락세인 지지율 역시 국정 운영의 부담이 되고 있다. 귀국 뒤 불과 수 시간 만의 추도식 행은 여권 텃밭인 TK의 민심을 사수해 보수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긴박함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2%, '잘못하고 있다'는 58%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 기준 윤 대통령 지지율은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 진행·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출마설 '무럭무럭' 구 친박계 견제
이날 행보는 단순한 '보수 결집'을 넘어 '보수 대통합'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구 친박계'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근 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가에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국정농단 사건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최측근들 총선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수도권 민심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보수 텃밭인 TK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비윤·반윤'에게까지 내준다면 윤 대통령과 현 여당의 입지는 상당 부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 조짐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TK지역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5%)를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4.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경환 전 부총리·우병우 전 수석을 비롯해 TK 지역에서 출마설이 도는 인사 상당수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인 윤 대통령과는 구원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4월 대구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고, 같은 해 5월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한 데 이어 이날 '중동 순방' 귀국 수 시간 만에 추도식을 찾은 것도 구 친박계 견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TK 지역은 여권의 텃밭 중 텃밭이다. 이 지역에서 대규모 '친윤 공천'이 이뤄질 것이란 설이 파다한 상황에서 구 친박계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며 이날 행보를 "TK 지역 표 단속"이라고 해석했다.
이 평론가는 실제 구 친박계 인사들이 TK 지역에서 총선 출마에 나설 경우 친박계 후보들의 당선 여부를 떠나 보수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친윤계 후보들이 전멸할 뿐 아니라 반사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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