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의 카카오' 돌파구는

김동훈 2023. 10. 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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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사기, 의욕이 많이 떨어졌죠. 기존 사업, 신사업 관련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말 걱정됩니다."

최근 만난 카카오의 한 임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가 지금까지와 다른 생존방식, 성장경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플랫폼 '카카오톡'의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규모는 5348만3000명인데 국내가 4777만9000명으로 전체의 9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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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최대위기 맞아
초심 돌아가야…정부도 '교각살우' 안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그래픽=비즈워치

"직원들 사기, 의욕이 많이 떨어졌죠. 기존 사업, 신사업 관련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말 걱정됩니다."

최근 만난 카카오의 한 임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관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배 대표는 인수·합병(M&A)과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카카오의 몸집을 키운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검찰도 아닌데 검찰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금감원은 김범수 창업자를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제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카카오-SM엔터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줄지, 재판 결과와 관련 규정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카카오 주주들로선 속이 바짝 탈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주가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가 지금까지와 다른 생존방식, 성장경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아직까지 내수용 플랫폼 사업자에 가깝다. 핵심 플랫폼 '카카오톡'의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규모는 5348만3000명인데 국내가 4777만9000명으로 전체의 90%에 달한다. 카톡은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임에 틀림 없지만 해외에선 그렇지 않다. 주력인 국내시장조차 토종인 네이버뿐 아니라 구글, 인스타그램 등 해외 공룡들과 경쟁해야 한다. 길게 보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생존 및 성장 전략은 크게 두 갈래였다. 국내에선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은행·결제·보험 등 금융사업을 벌여 안정적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해외에선 카톡이란 플랫폼의 직접 진출보단 콘텐츠 사업에 나서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SM엔터 인수에 서둘러 나선 것도 글로벌 엔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SM엔터 인수는 카카오의 속도전에 브레이크로 작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글로벌 시장에 진심으로 도전해 성과를 내야 한다. 2010년 카카오톡 출시와 함께 국내 인터넷·모바일 생태계를 뒤흔든 카카오는 기존 질서에 맞서는 혁신의 상징, 도전의 상징이었던 시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네이버도 사업 초기에 돈 버는데 큰 기여를 했던 '온라인 고스톱·포커' 이른바 '고포류' 게임 사업을 10년 전인 2013년에 떼어냈다. 네이버 설립 초기인 2001년 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사업이 고포류였으나, 사행성 논란 탓에 네이버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 타격을 주자 과감히 버렸다. 또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선보이고 일본에 빠르게 진출, 동남아로도 전선을 넓혀가며 현재 MAU가 1억99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웠다.

기업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과 같다. 이미지 쇄신은 빠를수록 좋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자숙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업전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카카오는 국내 IT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카카오뱅크 또한 IT기술을 기반으로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메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 잡듯 해선 곤란하다. 글로벌 IT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도움을 못 줄 망정, 포털 '다음'을 보유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 기업이 정치권에 밉보이면 죽는다는 부정적 시각이 시장에 퍼질까 우려스럽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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