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로켓, 대만 어떻게 뚫었나…K이커머스 진출 ‘나비 효과’는
중소기업 진출 ·K상품 유통 등 파생 효과도 주목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대만에 진출한 지 1년째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진출한 쿠팡은 지난 4월 현지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한 이후 쭉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선방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의 초기 로켓배송 사업은 한국 초기 사업보다 큰 성장세를 나타내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쿠팡의 '속도전'과 '가격전'이 해외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중개하면서, 대만에 'K이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만 시장에 왜 주목했나…쿠팡이 주목한 성장 잠재력은
쿠팡의 대만 진출 배경에는 대만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 대만의 인구는 2300만 명, 인구밀도는 1㎢당 673명이다. 한국(515명)에 비해 높은 인구 밀도가 배송 효율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이커머스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만의 전체 소매 판매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규모는 10% 내외(2021년 기준)로 낮은 편이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대만의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 역시 2021년 204억9100만 달러(약 29조2300억원)에서 2025년 281억1100만 달러(약 40조9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장의 여지를 엿본 쿠팡은 한국에서 입증된 로켓의 DNA를 대만에 빠르게 이식했다. 690대만 달러(약 2만8800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익일 대만행 첫 비행편을 통해 무료배송이 이뤄진다. 대만의 물류센터를 활용한 현지 로켓배송도 구축했다. 현지 로켓배송의 경우, 195대만 달러(약 8150원) 이상 구매시 무료로 배송된다. 제품 카테고리도 뷰티, 패션, 생활용품, 주방용품, 가전, 유아용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식품과 뷰티, 유아용품 카테고리 제품이 최근 대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대만 시장에 발을 들인 쿠팡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같은 시기 성장세는 한국에 비해서도 빠르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지난 8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대만의 로켓배송 출시 후 10개월 동안의 성장은 한국 로켓배송 첫 10개월의 성장보다 더 빠르다"고 언급하며 "앞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구축하고 배운 많은 것들을 대만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지난 4월 대만 현지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1위에 올랐고, 이커머스 주 이용자층인 20~40대를 중심으로 다운로드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도 앱 다운로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3일 기준 무료 쇼핑 앱 중에서는 1위다. 쿠팡 대만 사이트 방문자 수는 월간 140만 명(9월 기준)에 달한다.
대만 수출 엔진으로 작용…"제품 개발에만 집중 가능"
쿠팡의 대만 진출 이후 중소기업들의 판로도 넓어졌다. 쿠팡이 입점 제품과 관련한 통관, 재고 관리, 로켓배송, 고객 응대 등을 모두 전담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현지 인력을 채용하거나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현지 박람회 참여나 영업 활동에서도 자유로워졌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기업의 입점이 늘어나면서, 쿠팡의 로켓직구는 단일 유통 기업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가 확대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 9월에도 '중소상공인 대만 진출 사업설명회'를 통해 대만 로켓배송과 로켓직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수출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고재헌 쿠팡 수출팀 부장은 "그동안 중소상공인들이 직수출을 위해 통관부터 상품 보관, 상품 페이지 번역, 마케팅과 택배 배송, 고객 응대를 모두 도맡는 부담이 컸지만 쿠팡은 로켓 입점만으로 대만에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에서 판매되는 로켓배송 상품 중 7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입점 기업 수는 1만2000여 곳에 달한다. 쿠팡이 대만 진출에 나선 이후 중소기업의 전체 대만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2020년 26억2000만 달러였던 국내 중소기업 대만 수출액은 지난해 35억 달러로 30% 이상 증가했다.
K푸드 유통 채널로도 부상…화장품‧유아용품도 강세
콤부차 제조업체인 티젠의 올해 대만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0배 늘어났다. 과거 대만 현지 오픈마켓에 진출했다가 매출 부진으로 철수했던 유아침구업체 데코원은 최근 쿠팡을 통해 재수출을 시작했다. 뽑아 쓰는 마스크팩을 만드는 96퍼센트의 박진희 대표는 "작은 제조사 입장에서 직접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떠나, 대만 소비자들에 맞춘 패키징 개발 등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만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입점 기업들은 자체 수출 인력이나 설비를 보강하면서 대만 수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유아 물티슈를 제조하는 순수코리아의 쿠팡 대만 매출은 전체 회사 수출 비중의 50%에 도달했다. 양칠식 순수코리아 대표는 "제조사 입장에서 늘 판로가 고민이었지만, 쿠팡을 통해 번역, 통관, 마케팅,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며 "대만 수출 인력과 신규 생산 설비에 1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현재 쇼피, 피씨홈, 모모 등이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쇼피는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종합 인터넷 쇼핑몰 피씨홈의 강점은 안전하고 빠른 배송이다. 대만 대형 쇼핑몰인 모모는 빠른 배송과 제품의 품질을 보장한다. 쿠팡은 '속도'와 '가격'을 동시에 잡으며 이들 사이 경쟁을 파고들었다.
가장 큰 경쟁력인 속도는 '직구'에서도 주효했다. 한국 직구 물품을 비행편을 통해 이틀 안에 도착하게 함으로써 해외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재정의했다. 특히 현지 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중에는 라면, 과자, 김 등 한국 식품들도 많아 대만 내 K식품의 유통과 홍보를 증진시키는 효과도 발생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토종김을 생산하는 회사 광천김은 대만 진출을 기반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쿠팡이 철수한 일본 시장도 쿠팡의 대만 진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경제 매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9월 "쿠팡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한국 브랜드 제품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빠르게 기반을 넓히고 있다"며 "쿠팡이 대만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만은 일본을 선호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와 K팝 인기 등에 힘입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식업계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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