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규제탓 자동차 온실가스배출량 제자리걸음···무공해차 보급 1.5배로 늘려야 감축목표 달성
정부의 느슨한 규제 탓에 국내 자동차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하려면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목표를 현재의 1.5배로 늘려야 한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실이 기후단체 ‘플랜1.5’와 함께 작성한 ‘내연기관과 헤어질 결심-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규제 강화의 필요성과 한계’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2012년부터 ‘자동차 평균 배출 기준’ 규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배출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 ‘자동차 평균 배출 기준’ 규제는 자동차 제조사가 연간 판매하는 차량의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해당 연도의 온실가스 배출 기준에 적합하도록 제작·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자동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은 141.3g/㎞로 2016년(142.8g/㎞)과 비교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전체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21년 9790만t으로 2018년(9810만t) 대비 감축량이 미미했다. 보고서는 “현행 자동차 배출기준 규제가 명목상으로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감축 성과가 미흡한 근본적인 이유로 “정부의 수요관리 정책 부재로 인해 지속해서 자동차 등록 대수와 총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현재 자동차 배출기준의 규제 수준이 자동차 제조사에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연비 개선 기술 등에 추가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에코이노베이션’ 제도와 친환경차에 대해 판매 가중치를 부여하는 ‘슈퍼 크레딧’ 제도 등 특혜나 다름없는 제도들도 문제로 봤다. 정량적인 감축 효과 측정이 어려운 에코이노베이션과 친환경차 판매 실적에 추가 가중치까지 부여하는 슈퍼 크레딧 제도 때문에 제조사가 명목상의 배출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감축량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따라 배출기준도 대폭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동차 배출기준은 10인승 이하 승용 및 승합차의 경우 2030년 기준 70g/㎞로 설정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설정한 ‘자동차 배출기준’ 운영을 통한 감축목표 1820만t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승용·승합차의 기준 배출량을 45g/㎞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차량의 배출기준은 현행 2030년 146g/㎞에서 128g/㎞로 강화해야 한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설정한 2030년까지의 무공해차 보급 대수 목표를 기존 450만대에서 670만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선진국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2030년 배출기준을 기존 59.4g/㎞에서 43g/㎞로 강화하고, 2035년부터는 승용차에 대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도 환경보호청(EPA)이 2030년 57g/㎞ 목표를 제시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우원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보다 완화된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량 저감계획을 발표했지만 그것마저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실한 정부 수요관리 대책을 전면 점검하고, 대중교통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 운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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