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경제] 공장의 열과 수상한 버스 이동…딱 걸린 개성공단 무단 가동

박근태 기자 2023. 10.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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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스페이스 저널리즘 공동기획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 본 북한 개성공단 일대에서 지난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제작한 개성공업지구 업종별 공장 배치도. 전체 면적 66㎢ 부지에 들어선 123개 입주기업에서 북한 노동자 5만4988명과 남측 주재원 820명이 함께 근무했다./나라스페이스, CNES

북한이 2016년 이후 가동을 중단한 개성공업지구 내 일부 공장을 최근 다시 가동하고 있다는 인공위성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공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25일 열적외선 위성과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활용해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무단가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2013년 9월 남한과 북한의 합의에 따라 개성 지구 내에 66㎢ 부지에 설치한 공업 단지다. 한때는 123개 입주 기업에서 북한 노동자 5만4988명과 남측 주재원 820명이 함께 근무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진행되면서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2년만에 가동을 멈췄다. 개성공단은 2016년 남측 공장 직원들이 전원 철수한 직후 사실상 폐쇄됐다. 지난 2020년에는 북한이 공단 내 연락사무실을 폭파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공장 재가동은 요원해졌다.

최근 국내외 안팎에선 북측이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 자산을 반출하거나 일부 무단가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남북간 관계가 완벽히 경색된 최근 1년 새 개성공단 내 건물 수십 곳에서 버스와 트럭 같은 차량이 이동한 정황과 사람들의 이동이 감지되면서 북측이 공장을 무단가동한 정황들이 잇따라 포착됐다.

개성공단의 경우 공장 부지 내 재가동을 추정할 만한 방법으로 건물이 배출하는 열을 포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인공위성이 포착한 온도를 통해 건물 상태나 에너지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은 최근 주목받고 있다. 파장이 3.7~4.95㎛인 중적외선 영역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이 내는 열을 담고 있다. /나라스페이스, NASA

어스페이퍼팀은 개성공단 공장 가동의 더 분명한 근거를 찾기 위해 열적외선 위성과 함께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함께 활용했다. 위성 영상을 이용해 시설 운용이나 사람의 활동을 추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개성공단의 경우 공장 부지 내 재가동을 추정할 만한 방법으로 건물이 배출하는 열을 포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인공위성이 포착한 온도를 통해 건물 상태나 에너지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은 최근 주목받고 있다. 파장이 3.7~4.95㎛인 중적외선 영역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이 내는 열을 담고 있다. 이 중적외선을 관측하면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건물에 활동이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적외선 영상을 활용하면 공장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핫스폿 지역을 추정할 수 있다.

분석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지구관측 위성인 랜드샛 위성 영상을 활용해 공단 내 온도를 분석했다. 랜드샛에는 열적외선(TIR) 원격 감지 기능이 들어 있어 도시 열섬 효과 포착 같은 지표면 온도(LST) 분포를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촬영한 랜드샛 위성 영상을 보면 개성공단 지역에서 다양한 온도 분포가 감지됐다. 지표면 온도가 낮을수록 푸른 계통의 색상, 지표면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 계통의 색상으로 나타난다.

개성공단의 공장 건물들에서 나온 열은 지난 2016년 3월 이후 현저하게 줄다가 2020년과 2021년 다시 전 지역에 걸쳐 나타났다가 지난해와 올 초 다시 줄었다. 지난 10월 6일 포착한 온도 분포를 보면 다시 공단 전역에 걸쳐 빨간색 계통 색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4월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사용하고 있다며 열적외선 위성사진을 공개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당시 공개 영상에서 열적외선으로 온도를 감지하면 온도가 높은 곳은 ‘붉은색’,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났는데 열을 발산하는 붉은색 구역이 4곳 식별됐다. RFA는 당시 정성학 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의 말을 빌려 고열이 발생하는 공장 4곳은 전자공장 2곳, 섬유공장 1곳, 제조업 공장 1곳이라고 밝혔다.

당시 자료에선 제조업과 전기전자, 섬유공장이 들어선 지역에서 열이 탐지됐는데 이번에 나라스페이스가 공개한 분석 영상에서도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같은 위치 건물에서 열이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열적외선 분석만으로 공장 재가동을 확신하는 데는 한계가 여전히 있다. 분석팀도 건물마다 사용된 건축 자재들이 다르다는 점, 지표면 온도의 경우 날씨와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감안하면 열적외선 위성영상만으로는 가동을 확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프랑스 국림우주연구센터(CNES)가 운영하는 고해상도 위성인 플레이아데스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지역을 살펴본 결과, 개성공단 동쪽 지대에 있는 버스 차고지에서 2016년에 이어 2023년 5월과 9월 변화가 감지됐다. /나라스페이스 CNES

공장의 활동을 우주에서 감시하는 또 다른 방법은 공장 주변 주차장 차량 움직임, 노상에 쌓인 자재 규모의 시간적 변화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분석팀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가 운용하는 고해상도 지구관측 위성인 플레이아데스 위성으로 개성공단 일대에서 운용되는 버스 움직임을 감시했다.

분석팀은 플레이아데스 위성이 개성공단 일대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버스를 추출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자체 개발한 차량 탐지 모델을 학습시켜 공단 내 곳곳에서 모든 버스를 관찰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버스를 포함해 303대 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9월 6일 촬영된 영상을 보면 2016년 당시 버스 차고지에 주차된 버스들 가운데 122대가 사라진 약 162대만이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되던 때 공단 노동자의 출퇴근을 위해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303대를 제공했다. 지난 9월 6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버스 차고지에 주차된 122대의 차량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나라스페이스 CNES

분석팀은 이렇게 사라진 122대의 차량 가운데 일부는 공단 내부 건물 앞에 정차된 모습을 확인했다. 북한이 버스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해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일부 버스는 지난해 7월 돌연 평양에서 외신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북측이 2016년 이후 남측 자산을 무단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석팀에 따르면 차고지에 주차된 차들 가운데 버스 대수를 비교한 결과 일부 버스가 차고지를 떠났다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과 9월의 버스 차고지의 변화를 살펴보면, 약 19대의 버스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로시티 버스에는 최소 25명에서 최대 50명이 탑승할 수 있으므로 해당 시기에 사라진 약 19대의 차량을 통해 이동한 근로자의 수는 최소 475명에서 최대 9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에어로시티’는 지붕에 하얀색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위성사진만으로도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이는 공단에서 인력을 정기적으로 수송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결정적 증거인 셈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일부 공장을 무단가동하고 있다는 지적은 최근 해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8월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같은 달 4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 내 42곳의 건물 인근에서 버스와 승합차, 트럭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공단 내 21곳의 건물과 공터에서 차량이 새롭게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당시 촬영된 정보를 보면 차량은 주차장이나 공터에 1∼2대씩 정차한 상태였으며, 지붕 일부가 하얀 파란색 버스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차량이 발견된 공장 건물을 업종별로 보면 섬유와 봉제, 의복 제조 업체가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가죽·가방, 신발 제조 업체가 6곳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개성공단 무단가동과 금강산 시설 철거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정보 분석가들은 해당 개성공단의 실제 운영 여부는 인간 수집 정보인 휴민트(HUMINT)가 아닌 위성사진이나 신호 정보만으로 여전히 확정적으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개방된 민간 위성 정보를 활용해 다각적인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면 국경에 제약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감시가 가능해 향후 관련 정책 수립에서 신중한 검토와 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안보와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재개시 북한이 5년간 누릴 경제적 이익은 4조5800억원, 한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22조2650억원에 이른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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