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34인의 경고 “내년 끝없는 불확실성 無노멀 시대”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0. 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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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담은 ‘2024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내년 경제 물가·반도체 업황 변수
류덕현 중앙대 교수 “확장적 재정정책 불가피”
이근 서울대 교수 “中경제, 미국 추월 불가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21세기북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1세기북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태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은행.국가신용등급 담당 실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 과장,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철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임지선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교수 등 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1세기북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경제추격연구소 이사장)와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부소장)를 비롯한 경제전문가 34명이 내년 한국 경제의 키워드로 ‘무(無)노멀’을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이른바 ‘무노멀’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지적하며 내수시장 확대 정책과 정부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26일 열린 ‘2024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거시경제질서가 안착했다며 ‘무노멀’을 강조했다. 이는 초불확성이 심화된 시대로 코로나 경제위기가 지나고 나서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담았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 종식 이후에 겨울이 끝나고 경제 전반에 따뜻한 봄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을 ‘춘래불사춘’으로 비유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의 지속과 수출 수요의 부진 등으로 한국경제가 1% 수준의 성장세만 보일 정도로 경기침체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노멀’ 시대에 정부 정책을 강조하는 등 경제 활성화 대책을 언급했다. 경제정책이 수출회복에만 기대면 안되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하고, 자산시장도 시장 회복에 의존하기보다 거시건전성을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통화정책과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한국경제 내부 엔진을 돌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과 세계 5위권의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경제 발전의 3가지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다. 주요 과제로 물가를 2%대로 안정시키는 게 주요 과제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 긴장관계를 해소해야하며, 시한폭탄 같은 가계부채 관리도 필요하다. 우리의 수출 주력 반도체 업황의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의 상장과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으로 반도체 공장 건설관련 이슈 등을 지켜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해소되지 않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경제가 얼마나 회복할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정부의 세수결손과 건전재정 강조의 긴축기조의 정책 운용이 경기침체를 불러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류 교수는 올해 1, 2분기 정부 성장 기여도가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등으로 같은 기간 민간 증가 부문(0.6%포인트, 1.1%포인트)에 비해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경제정책이 수출회복에만 기대면 안 되고 내수를 키워야 한다“며 ”통화금융정책의 정책 유효성이 현저히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의 완전회복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 경제 규모 추격 속도가 대폭 하락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도 나왔다. 이근 교수는 ‘추격지수로 본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발표를 통해 중국 경제 성장 둔화의 변곡점으로 ‘차이나 피크’가 2021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와 경제추격연구소 분석 결과 미국 대비 중국 국내총생산(GDP) 크기는 코로나 대응 선방으로 2021년 7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22년(70.2%), 2023년(65.7%) 등 경기 회복 부진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추세선이 꺾여 추월이 불가능하거나 2060년 들어서야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제 성장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격속도가 5년마다 반으로 하락해 1인당 소득이 미국 대비 80%까지 올라오는 데는 50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22년 환율 상승으로 세계 경제 비중이 2021년 1.9%에서 2022년 1.69%으로 하락했고, 이후 2023년(1.67%), 2024년 (1.65%)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10위에서 12~13위권으로 내려간다는 관측이다.

다른나라와 달리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확대된 가계부채로 인한 경기 침체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가 내렸다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가 진정세를 보인다면 (금리를) 더 인상하는 것도 실물경제 상황 때문에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4 한국경제 대전망’은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전문가 34명이 지난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흐름을 돌아보고 거시적·미시적 분석을 통해 내년 트렌드를 전망한 책이다. 이근 교수와 류덕현 교수를 중심으로 한 50여 명의 경제 전문가 네트워크인 경제추격연구소가 중심이 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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