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에 대한 테러 수준 공격 방치해선 안된다”…이재명·전현직 원내대표 만남에서 쓴소리 터져나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현직 원내대표들의 만남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격이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비명계 의원 “처단” 위협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제대로 된 내부 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쓴소리였다.
이 대표는 26일 국회 대표실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우상호·우원식·홍영표·이인영·김태년·윤호중·박홍근·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함께 도시락으로 오찬을 하며 간담회를 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두고 “잘못된 국정 운영을 심판해야 국가의 퇴행과 우리 국민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란 각오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앞장 서겠다”면서 “우리 민주당은 더더욱 하나가 되고 우리 국민들에게 기대를 심어드려야 한다.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합하고 단결해서 국민의 승리로 나아가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선 비명계 전직 원내대표들이 쓴소리를 내놨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중도 확장적인 메시지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의원들에 대한 테러 수준에 가까운 공격을 당에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 10여명이 지난 24일 화성 동탄의 비명계 이원욱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비명계)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위협한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원내대표는 또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 및 일부 초선 의원이 유튜브에 나와 동료 의원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데에 일단 출연 자체를 안 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유튜브에 출연해) 나를 좀 곤경에 빠지게 하는, 곤혹스럽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자신이 지난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입원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가 ‘2선 후퇴’를 제안했다고 말한 김정호 의원을 언급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후 김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이 대표는 홍 전 원내대표의 요구에 대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등등에 대해서 제가 한 번 세 보니까 벌써 6번인가, 8번인가 공개적으로 촉구를 했다. 그런데도 내 말을 듣는 것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다수의 전직 원내대표들은 “그럴지라도 반복적으로 계속 그렇게 공개적으로 자제 요청을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또 “부도덕 부패와 단절하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나 김남국 코인 문제에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당무에 복귀한 뒤 연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위협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통합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원욱 의원 지역에 내걸었던 현수막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너무 부끄럽고 소름 끼칠 지경”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근본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이 이 정도로 썩고 망가졌는지 한숨이 절로 난다. 이재명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건가.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비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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