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사, 결국 "비니시우스는 뺨 맞아야 해" 모욕 사과..."부적절한 발언이었다"
[OSEN=고성환 기자] FC 바르셀로나가 결국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 레알 마드리드)에게 사과했다.
'ESPN'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바르셀로나는 비니시우스가 받은 인종차별적 욕설을 일축하고 '따귀를 맞을 만하다'라고 말한 구단 보드진의 발언을 사과했다. 또한 그를 '광대'라고 조롱한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하루 전인 25일 발생했다. 비니시우스는 25일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C조 3차전 브라가와 맞대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그는 후반 16분 주드 벨링엄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미겔 캄프스 바르셀로나 대변인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인종차별이 아니다. 비니시우스는 광대이자 허세꾼이다. 그는 뺨을 맞아야 한다. 이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스텝 오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라며 라이벌 팀 선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캄프스는 후반 20분 장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앞에 공을 멈춰놓은 뒤 가만히 서서 8번 가까이 스텝 오버를 시도했다. 실제로 상대를 제치려는 의도보다는 시간을 끌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비니시우스의 쇼는 수비가 한 명 더 달려와 공을 건드릴 때까지 계속됐다.
물론 비니시우스의 행동의 크게 의미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를 해설하던 중계진도 다리만 휘적거리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상대 수비수로서는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행동.
하지만 캄프스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게다가 그는 제3자에 불과하다. 스페인 '아스'는 "캄프스는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비난했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그 자체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우습게도 캄프스는 빠르게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글은 이미 기사화됐고, 뒤늦게 글을 지운다고 처음부터 없던 일로 할 순 없었다.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는 문구도 오히려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을 만들었다.
이는 비니시우스의 동료인 호드리구 귀에도 들어갔다. 호드리구는 '엘 치링기토'와 인터뷰에서 "내가 이렇게 말해도 될진 모르겠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아끼라고 한다. 하지만 한심하다. 별로 할 말이 없다. 정말 추하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바르셀로나 구단 차원에서 비니시우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라파 유스테 바르셀로나 부회장은 '무비스타'와 인터뷰에서 "비니시우스가 내 말을 듣고 있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수라고 해도 그런 글을 올리면 안 됐다. 부적절한 게시글이었다"라고 사과했다.
비니시우스는 라리가에서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적 모욕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지난 주말 세비야 원정에서도 그랬다. 그는 비니시우스는 경기 도중 한 팬에게 원숭이 제스처로 조롱받았다. 분노한 그는 관중석으로 다가가 항의했고, 상황은 선수들의 만류 끝에 일단락됐다.
다행히 세비야 구단이 빠르게 조치에 나섰다. 세비야는 경기 후 공식 성명을 통해 '외국인 혐오 및 인종차별적 행동'을 저지른 한 관중을 색출해 추방했으며 경찰에 고소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종차별적 행동에 반대하며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관계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니시우스는 세비야의 즉각 조치를 칭찬했다. 그는 "스페인 축구의 또 다른 슬픈 에피소드에서 빠른 결정과 징계를 축하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토요일 경기에서 한 아이가 또 다른 인종차별주의자가 담긴 영상을 보게 됐다"라며 "계속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번이 10번째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니시우스가 인종차별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발렌시아 팬들에게 원숭이 몸짓과 구호 등 다양한 형태로 인종차별을 당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 4명도 다리에 비니시우스 인형을 목매달아 놓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오는 28일 시즌 첫 '엘 클라시코'를 펼친다. 안 그래도 전쟁 같은 더비 경기에 캄프스가 기름을 끼얹게 됐다. 스페인 매체에서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경기에 불참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단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만약 게시글이 삭제됐다면, 내가 무언가 말할 필요는 없다"라며 "난 긴장감을 유발하는 어떤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페어플레이와 상호 존중이 있는 더비가 필요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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