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부치는 30초 영상’, 주부를 세계와 연결하다

서울앤 2023. 10. 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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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의 ‘소셜미디어 살롱’ ① ‘새로운 이어짐’을 만드는 SNS의 힘

[서울&] [정다정의 ‘소셜 미디어 살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dabbang’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쓰는 한 주부는 김치전을 부칠 때 ‘라이스페이퍼를 한쪽 면에 붙이면 좋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짧은 영상 릴스로 올렸는데, 조회수 550만을 기록했다. 영어와 스페인어 등 세계 각국어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치전 영상 올리자 조회수 무려 550만

영어·스페인어 등 각종 언어 댓글 경험

팔로어 많아도 SNS 속 이미지는 ‘이웃’

가깝게 느껴지니 Z세대 등에 큰 영향

‘비욘세 스타일리스트’ 시오나 투리니

“인플루언서 아닌 크리에이터”라 주장

“내 관심 주제 얘기하며 소통 좋아할 뿐”

나도 내 주제 SNS 올리면 크리에이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제 모든 사람의 일상이 됐다. SNS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사람 중 한 명인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로부터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들어본다. 월 1회 연재.

10월 초 입사 4년 만에 전세계의 홍보 담당자들이 모이는 글로벌 회의가 있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에 방문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서밋’이라는 회의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행사는 인스타그램의 패션파트너십 헤드인 이바 첸과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한 패널 토론이었다. 비욘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스타일리스트인 시오나 투리니(41만 팔로어)와 팝컬처를 밈으로 만드는 에번 로스 캐츠(32만 팔로어)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바 첸은 원래 <틴 보그> 등 패션지 기자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인플루언서이자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 자신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50만 명인 세계적인 인플루언서다. 그들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에 관해 얘기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시오나는 자신이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냥 누구에게나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패션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여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할 뿐이라고 말이다.

인플루언서라고 하면 여러 파티에 다니면서 브랜드 협찬을 받고 물건을 광고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자기 직업을 인플루언서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많다.

크리에이터는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무언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말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지인이 ‘김치전 굽는 30초 정도 되는 짧은 릴스 동영상’을 올렸다가 동영상 조회수가 550만이 나왔다. 주변 사람들이 다 봤음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보고 댓글을 달았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각종 언어 댓글이 달렸다. 한국에 있는 주부가 콘텐츠 하나로 전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댓글만 다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를 태그하면서 이런 정보가 있다는 걸 알린다. 삶의 어떤 특별한 순간이나, 내가 기분 좋거나 재미있다고 느낀 장면을 담아서 릴스로 만드는 순간 당신은 크리에이터가 된다.

upper_haus 아이디를 쓰는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올린 쇼핑백 활용법. 쇼핑백을 잘라 각티슈 케이스를 만드는 이 릴스 영상은 조회수 2200만을 달성했다.

필자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짧은 동영상인 릴스와 관련된 재미난 기억이 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회사 현관문에 유리가 깨져서 프레임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문틀은 그대로인데 유리만 사라진 상황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문틀 위로 쏙 지나가는 모습을 숏폼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사람들이 유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통과해 지나가는 장면이 우습다면서 좋아요와 댓글을 마구 달았다. 아무 말 없이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10개씩 쓰면서 댓글을 단 사람도 많았다. 내가 찍은 릴스는 순식간에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서 2만 명이 봤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그 순간 나는 콘텐츠 소비자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을 봤거나 유용한 것을 봤거나 했을 때 나만 알고 있기보다는 나누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과 내용을 잘 포착해 콘텐츠로 만드는 전문가가 크리에이터다.

최근에 팔로어가 20만인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20만 명이 어떤 숫자인지 감이 안 온다면,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생각해보자.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수용인원이 6만6704명이다. 상암경기장을 가득 채운 인원의 3배가 그를 팔로하고 있다면 이해하기가 쉽다. 정말 많은 사람(팔로어)이 그의 팬이 되어 그가 추천해주는 일상의 팁과 살림 비법을 보고 따라 하고 참고한다. 이런 신뢰가 바탕이 되면 그가 주는 살림 팁을 넘어 그가 소개하는 제품을 믿고 사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들이 팬들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세대가 어릴수록 더 강해진다. 2020년에 메타가 글로벌 마케팅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에 맡겨 진행한 ‘리빙 더 뉴 쇼핑 노멀’(쇼핑의 뉴노멀을 만나다)이라는 온라인 연구(대한민국의 18살 이상 성인 3970명을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제트(Z)세대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비단 친구와 가족에 그치지 않는다. 인플루언서와 유명인도 포함된다. 쇼핑할 제품에 대해 친구와 가족에게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비율이 25%였는데,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에게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응답은 무려 68%에 달했다. 이는 기성세대 대비 30%나 높은 수치였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있다.

정다정 홍보총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릴스 영상. 유리가 없는 문틀을 지나는 영상을 보면서 지인들이 댓글을 많이 달았다. 정 총괄은 생활에서 떠오르는 재미있는 장면을 SNS에 올리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Z세대는 오프라인 관계를 넘어 더 폭넓은 소셜커뮤니티를 쇼핑에 적극 활용한다. 이들이 타인에게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Z세대는 그들 스스로가 인플루언서로서, 커뮤니티와 적극 소통하면서 쇼핑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쇼핑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요즘 세대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많이 받고 동시에 스스로 적극 인플루언싱 한다. 해시태그와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 아이디어와 구매 팁을 활발히 그리고 솔직하게 공유한다. 그래서 이들을 충성 고객층으로 확보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바 첸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이바 첸’은 여러 유명한 명품 브랜드의 파티나 쇼에 초대받는 패션피플이다. 하지만 동시에 삶의 순간이나 생각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개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팔로어들과 대화하는 옆집의 쿨하고 패션을 잘 아는 언니 같은 친근함이 있다. 멀리 있는 유명인보다 소셜미디어를 열기만 하면 바로 보이는 크리에이터가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도 힘들다. 30초 되는 릴스 영상을 찍기 위해서 평균 5시간 정도 쓴다는 크리에이터도 봤다. 5시간 이상 쓰는 크리에이터도 많을 것이다. 남이 보기엔 쉽게 슬쩍 휴대전화로 찍어서 먹고사는 것 같지만, 여기도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다.

남들 보기에 멋진 콘텐츠만 올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팔로어들과 소통하고 댓글에 답을 달고,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준다. 겉보기에는 그냥 멋져 보일지 몰라도, 그들도 매 순간 피드를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보를 주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이렇게 치열하다. 그러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지어다!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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