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만난 尹대통령, TK 민심 달래 '보수 결집' 노린다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변화와 쇄신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TK(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단둘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찾은 바 있다. 두 번째 만남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취임식 때다.
보수의 집토끼인 'TK 민심'은 윤 대통령이 정치 선언 내놓은 직후부터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수사팀장과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던 악연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만큼, TK의 상당수 유권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윤 대통령을 다른 보수 후보만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보수의 아성인 TK를 잡지 못할 경우 다른 곳에서 지지를 받는다해도 윤 대통령의 한계가 뚜렷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TK 지지율에 따라 함께 출렁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0%로 직전 같은 조사보다 3%포인트(p) 하락했다. 6개월만에 최저치다. 특히 TK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띄었다. 해당 조사에서 TK지역의 부정 평가는 48%로, 45%의 긍정평가를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4.2%).
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일 때는 TK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때였다.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9월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로 집계됐다. 6주 만에 반등한 결과였다. 당시 TK지지율은 전주 같은 조사 대비 6.5%p 상승해 56.3%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1%).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우선 정통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부터 잡아야 중도층까지 확장 포섭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건 '보수 대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닌가. 이를 통해 TK를 넘어 보수층 전체가 통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도층을 향한 다양한 민생 행보도 앞으로 많이 선보일 것으로 안다"며 "보수층 결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의미보다는 시기적으로 추도식이 오늘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게 된 것이고, 앞으로 또 다른 일정들도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TK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분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억울해하는 분들도 많다"며 "윤 대통령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고 TK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젊은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쉬운 정치를 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면 TK 지지율이 올라가고, 이를 통해 전체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며 "예전 방식을 답습하려고만 하지 말고 새로운 정치 아젠다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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