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사태에도 '식물 안보리' 계속… "상임이사국 '거부권'이 문제"

노민호 기자 2023. 10.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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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식물 안보리'란 오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저마다 상대국이 마련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불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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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제출 결의안에 상대 진영서 각각 거부권 행사
우크라戰·북한 도발 대응 불발 이어 '신냉전' 고착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식물 안보리'란 오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저마다 상대국이 마련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불발된 것이다.

안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안보 질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근년 들어 5개 상임이사국들(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들 간 이견 때문에 전쟁이나 국제분쟁과 관련해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 '개혁'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 또한 잇따르고 있다.

미 정부는 이번 안보리 회의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해 '군사행위를 일시 중단'토록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냈지만 이번엔 미국과 영국이 반대했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지지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이른바 'P5'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만 가진 이 거부권은 그들의 '권위'와 함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각국이 저마다의 정치·외교적 이유 등으로 거부권을 발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에게 부여된 거부권이 오히려 "안보리의 기능 상실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News1 DB

일례로 안보리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당사국인 러시아가 직접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불발됐다.

또 작년에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정면으로 위반했을 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 부과를 위한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등 체제 개편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보리가 지난 70여년간 변화한 국제사회의 모습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정부도 그간 내부적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현행보다 5~6개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리더라도 이들의 거부권이 현행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는 한 안보리 이사국들 간의 진영화 등 이른바 '신(新)냉전' 구도만 한층 더 고착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계 등에선 △안보리 의사결정에서 다수 비상임이사국(3분의2 이상)의 의견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보다 우선토록 하거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사용 조건을 제한하는 방안 △2개 이상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제한을 포함한 현행 안보리 체제 개편엔 유엔헌장 개정이 필요한 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유엔헌장 개정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기도 하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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