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와 함께하는 디지털 사회로의 여정
우리 사회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두 가지 요인을 생각해보자. 첫째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많은 국가들이 제한된 인프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장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팬데믹 초기에 한국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곧 대부분 사회 시스템이 정상화되며 약간의 제한 속에서 경제 활동과 일상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고도의 연결성과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은 이 기간에 완성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요인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능력이다. 생성형 AI는 특히 이 분야의 주목할 만한 기술로, 챗GPT 등장으로 대중에 알려지게 됐다. 불과 1년 전 우리가 처음 접한 챗GPT는 이제 보고, 듣고, 말하는 멀티모달 AI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MS는 챗GPT에 적용된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코파일럿(Copilot) 기능을 전 제품군에 적용함, 사용자가 AI와 협업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MS 엣지 브라우저에 통합된 코파일럿은 검색 엔진과 AI가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엣지 브라우저를 통해 빙(Bing) 검색엔진으로 검색을 실행하면 코파일럿이 검색 페이지 옆에 주요 검색 결과를 요약해준다.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AI와 대화가 가능하며,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AI는 다양한 스타일로 글을 작성해준다. AI가 작성한 글은 검색창이나 대화창으로 쉽게 옮겨 이전에 진행하던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연속적이고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상황을 설명하면 오픈AI의 달이(DALL-E)가 매우 정교하고 독창적 이미지를 생성해준다는 것이다. 불과 1년 만에 IT 서비스의 다양한 기능에 AI 기술이 통합되면서 놀라운 기술적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AI 기술은 더 많은 분야에서 혁신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자연에서 동물 개체수 조사는 과학자의 데이터 수집에 의존해왔으나,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찍은 동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개체수를 분석함으로써 조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또, AI를 활용한 의학 연구에서는 사람의 호흡 분석을 통해 잠재적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종 또는 유괴된 아이 4000명을 찾아낸 놀라운 사례가 있어, 이는 AI 기술의 좋은 활용 예로 손꼽히고 있다.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혁신적 활용 사례는 점차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챗GPT 등장 이후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AI의 사회적 또는 직업적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사회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태로 보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현재의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며, 심지어 중요한 의사결정 위치에 있는 사람조차 구체적 실행 전략과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월 미국에서 열린 에듀테크 콘퍼런스 겸 박람회 'ISTE Live 23' 기조 강연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 핵심 스킬은 우리 사회가 현재 직면한 변화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스킬은 과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사냥 기술을 습득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연상케 한다. 약간의 과장이긴 하지만, AI 활용 능력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은 앞으로 생존과 성공에 직결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섯 가지 핵심 스킬은 △AI 기본 작동 원리 이해 △AI가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배우기 △사람과 AI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팀의 작동 방식 이해 △AI 생성 능력 활용은 창작보다는 큐레이션 활동에 가까우므로, 효과적 큐레이션 방법 이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사람만의 독특한 스킬(예: 공감, 정직, 창의성, 친절, 사랑 등)이다.
특히 다섯 번째 스킬은 컴퓨터로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독특한 능력이므로,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 중요하게 강조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머지 네 가지 스킬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에서 스킬 또는 역량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다. 사람만의 독특한 스킬은 측정하기 어려우며 가르치기는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독특한 스킬이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급속한 기술 변화에 따른 미래 사회는 몇몇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묘사된 어두운 디스토피아와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해와 조화보다 경쟁, 강탈, 억압, 통제가 만연한 불길한 미래 사회에서 우리 자녀들이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초 교육 단계부터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을 교육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독특한 스킬을 발전시키는 것을 균형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어 앞서 언급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스킬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AI 기반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대부분 업종과 직군에서 필요한 준비 중 하나는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교육 및 평생 학습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와 내용 중에서 핵심적 부분을 차지하게 될 주제가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와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스킬을 포괄한다. AI로부터 더 나은 답변을 얻고, 효과적으로 AI와 함께 일하기 위한 필수 스킬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부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않고 강사 경험에 기반한 테크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1번부터 4번까지 스킬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과정에서 단계별로 다뤄져야 할 주제들이며, 대학 교육과 직무 훈련 과정에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서둘러 개발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연구개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이슈를 살펴보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동작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LLM은 이전 언어 모델에 비해 많게는 1000배 이상 큰 규모와 데이터 양으로 AI를 학습시킨 결과물이다. 연구자들은 LLM이 이전 언어 모델과 다르게 행동하며, 복잡한 작업을 잘 수행하고, 몇 가지 예를 통해 스스로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능력을 '급발현 능력 또는 새로운 능력(emergent abilities)'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LLM이 어떻게 이러한 급발현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한국어에 특화된 LLM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할 때, 고도화된 AI를 어떻게 학습시키고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를 균형있고 투명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LLM은 대부분 기업에서 개발됐으며 어떻게·어떤 데이터로 학습시켰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일부 학자들은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투명하고 안전한 AI 이용 환경을 조성하며, AI가 갖게 되는 새로운 능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을 통해 지혜롭게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 의료, 안전, 주력 산업 등에서 한국의 문화적, 언어적, 정책적 특성이 잘 반영된 AI 기술과 모델이 경쟁력을 갖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수다. 가치있는 데이터와 경험이 투명하고 책임감있게 활용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이상적 AI 기반 사회 모델이 한국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서 언급한 다섯 번째 스킬인 인간의 고유한 스킬이 기반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종합해 보면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적 학습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학습 방법과 도구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교육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 a1zzosang@ocu.ac.kr
〈필자〉공공, 민간, 학계를 두루 거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혁신 분야 전문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아이스크림에듀 부사장 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에서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표준화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에듀테크 분야와 전자문서 분야에서 여러 워킹그룹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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