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분기 최고' 삼성SDI, P5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프리미엄 EV전지 공급확대로 수익 선방
삼성SDI가 올해 3분기 매출 5조9481억원을 기록,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유럽 헝가리 공장 신규라인이 조기 증설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되는 ‘P5 ’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와 메탈 가격하락 등 악재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EV전지 영업익 전년비 60% 성장
삼성SDI가 올 3분기 매출 5조9481억원을 달성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8% 늘면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어든 4960억원을 냈다. 하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10.2% 상승, 최근 4개 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8.3%를 기록했다.
핵심 영역인 전지 사업부문의 역할이 주요했다. 올해 3분기 해당 부문 매출은 5조3384억원, 영업이익은 411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5% 증가, 영업이익은 15.1%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했으나 중대형 전지 가운데 ‘자동차 전지’가 분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동차용 각형 및 원형 전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헝가리 괴드에 위치한 1공장 신규라인 조기 증설이 ‘P5’ 공급 확대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P5 배터리는 삼성SDI의 주력 제품이자 프리미엄급 모델이다. 독일 BMW·폴크스바겐·아우디 등 최신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다.
아울러 전자재료 사업부문은 매출 6082억원, 영업이익 842억원을 각각 거두면서 영업이익률 13.8%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13.9%, 3.8% 증가했다. 전방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용 올레드(OLED)와 대면적 TV용 편광필름의 수요 확대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설비투자도 역대급…“신규수주로 CAPEX 늘린다”
이 기간 삼성SDI의 역대급 설비투자금액(CAPEX)을 찍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그간 연구개발 대비 설비투자에 신중한 행보를 보여 온 삼성SDI가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기간 CAPEX는 8706억원에 달했다.
앞서 삼성SDI의 분기별 CAPEX는 △2022년 2분기 5897억원 △2022년 3분기 5181억원 △2022년 4분기 8407억원 △2023년 1분기 6188억원 △2023년 2분기 8597억원 등 수준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려왔다”며 “특히 올 3분기 CAPEX 가운데 북미 지역 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 내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GM등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공장 방식으로 총 3군데 공장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위치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집약키로 했다. 우선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공장 2개를 짓는다.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건설되는 합작1공장은 오는 2025년 1분기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바로 인근에 연산 34GWh 규모 합작2공장도 준공한다. 2공장은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양사는 총 생산능력 64GWh 규모의 ‘코코모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연간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1공장과 2공장에 각각 1조6313억원, 2조6556억원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GM과는 인디애나주 뉴킬라일시에 연산 3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양사는 총 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각사의 투자지분 및 금액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각사가 절반 정도의 투자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신규 수주 등 영향으로 삼성SDI는 향후 CAPEX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윤태 삼성SDI 재경팀장 상무는 “최근 현대차의 신규 계약 체결 등 기수주한 프로젝트 및 최근 계속되는 신규 수주로 CAPEX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른 자금조달 관련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당사는 내부유보 활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필요시 외부 조달을 진행한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며 “특히 미국 투자의 경우 첨단기술차량제조 관련 정책자금을 활용할 예정으로 차입이 늘어나도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고체 2027년·LFP 2026년 양산 목표
삼성SDI는 올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전지 P5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견인하고, 차세대 제품인 ‘P6’ 및 전고체 전지 관련 수주 활동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삼성SDI는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 ‘P6’를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공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시장 게임체인저로 지목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차질없이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와 소재·공법 등 차이가 많아 여러 도전 과제들이 있다”며 “올해 4분기 고객향 샘플 공급을 시작해 성능 검증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모델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관련 설비 구축도 검토 중이다. 그간 고성능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해온 삼성SDI가 LFP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점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고려했을 때 LFP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ESS의 경우 전기차 대비 에너지 밀도의 중요성이 낮아 LFP 배터리 수요가 크다. 업계는 오는 2030년경 ESS 시장 대부분을 LFP 전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관련기사:''전기차 주춤할땐 ESS'…K배터리 3사, 포트폴리오 배분 나섰다)
손 부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발전을 위해 LFP 배터리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동종 업체 대비 시작은 늦었지만 당사만의 제품 설계 최적화와 공정·설비 혁신 등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바탕으로 LFP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최근 제기되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해선 “지속되는 흐름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사업 성장세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유럽 일부 국가 내 전기차 관련 정책 변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변동 가능성 등 최근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주요 조사기관을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확인한 결과 중장기 전기차 수요 성장세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에서 근본적인 방향이 바뀌지 않았고 그것이 글로벌 공통된 견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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