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이념논쟁, 민생과 꼭 구별되는 건 아냐”
“백선엽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국민이 할 것”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6일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에 대한 논쟁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념 논쟁이라는 것이 민생하고 꼭 구별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박 장관이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최근 보훈부를 둘러싼 이념 전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육사) 외부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박 장관은 “홍 장군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란이 더이상 진행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며 “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최고로 끝까지 하겠다. 믿어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황 의원이 “육사에 있는 흉상은 그대로 두고 독립기념관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육사 또는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이 확정돼서 저한테 요청이 오면 그때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않으면서 “역사적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CBS 라디오에서는 “공부를 해보면 해볼수록 이 분(백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다. 제 직을 걸고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족규명법)에 따라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했다. 위원회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백 장군을 포함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보훈처(보훈부의 전신)는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었는데 보훈부는 지난 7월 이 문구를 삭제했다. 기록 행위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박 장관은 이후 백 장군의 친일 행적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거듭해왔다.
박 장관은 이날 반민족규명법에 대해 “흠결이 많이 있다”면서 “앞으로 국민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더 완벽하게 보완해갈 과제가 국회의원들한테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라는 건가. 말해보시라”고 고성을 질렀다. 박 장관은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대통령이 권력이 있다고 마음대로 역사적 진실이 A라고 하면 A가 (진실이) 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 논쟁을 멈추라고 지시하셨다고 하는데 박 장관은 이념 논쟁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그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념 논쟁이라는 것은 민생하고 꼭 구별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말씀하신 이념은 국가의 방향성을 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누가 부정하나”라고 맞받았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보훈부 장관만 나오면 시끄러워지고 여야 간에 공방이 이뤄진다. 보훈부는 사안 자체가 그럴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곳”이라며 “보훈부가 국민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