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600명 운집한 박정희 추도식...尹-朴 ‘보수 통합’ 메시지
尹 “해외 정상에 ‘박정희 정신 공부’ 당부”
총선 전 ‘보수 통합’ 메시지
與 혁신위 등 지도부 총집결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6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총집결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약 600명도 운집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 추도식에서 조우했다.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이날 유족 대표로 참석한 박 전 대통령에게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오늘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준 윤석열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두 전·현직 대통령은 나란히 ‘박정희 정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 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정상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도 전했다.
박 전 대통령도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잘사는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며 “아버지의 꿈이자 저의 꿈이었고, 오늘 이곳을 찾아주신 여러분들의 꿈은 모두 같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우리와 미래세대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그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 있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공개적으로 독려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외에 같은 당 소속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인사들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외에 지지자 600여 명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서 추도식을 지켜봤다. 처음엔 추모 분위기에 맞춰 박수 소리도 조심스러워했던 지지자들은 행사가 끝날 무렵에서야 “윤석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을 연호하기도 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악연’은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결집에 주요 장애물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피의자’ 신분의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정부 출범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을 주로 중용해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수 정권 내 박 전 대통령 세력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우한 만큼, 보수 지지층에 ‘통합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추도식에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보수 통합’의 상징성을 지닌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직후 ‘두 전·현직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예의를 지키시라”고 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대통령에게도 (여권 혁신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겠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은 “추모 자리에서는 추모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지지자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 구성 직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고 밝혔다는 게 항의의 이유였다.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 5.18 묘역에는 꼭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혁신위원도 광주 방문 계획에 대해 “혁신위가 모든 지역과 국민의 눈높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김기현 대표도 ‘보수 통합’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이날 추도식 이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을 되새긴다”며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든 리더십을 승계해 당당한 대한민국, 행복한 국민의 나라를 만드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 주요 인사나 범야권 인사가 자리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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