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완만한 성장세’ 유지했지만, 중동사태·체감 경기 악화 ‘첩첩산중’
한국경제가 올 3분기 0.6%를 성장률을 기록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완연한 상저하고’의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데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경기까지 모두 나빠지고 있어 경제 전반에 악재가 중첩되고 있는 모습이어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를 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로 시장 전망치 0.5% 수준을 소폭 웃돌았다.
우선 수출과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주요 항목이 2분기 마이너스에서 3분기 플러스 전환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2분기보다는 좋았다는 뜻이다.
수출은 반도체·기계 등을 중심으로 3.5%,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위주로 2.6% 각각 늘었다. 지난 2분기에는 수출이 0.9%, 수입이 3.7% 감소했는데 증가세로 반전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4%포인트로 3분기 성장률을 그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민간소비 역시 지난 2분기 0.1% 감소에서 0.3% 증가로 돌아섰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 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로 유지됐다”면서 “민간소비는 2분기 날씨 요인 등으로 감소했는데, 3분기에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도 3분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 탓에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1%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2.2% 성장했다. 반면 설비투자의 경우 기계류의 부진으로 2.7% 감소했다.
그러나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3분기에 나타난 성장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분기 0.7% 분기성장률을 달성하면 연간 한은 전망치 1.4% 성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부담 요인이다. 신 국장은 “IT·반도체 경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중국 수출 등이 연간 성장률 달성에 대한 핵심 이슈였는데 최근 IT·반도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수출 부진을 완화하고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 미국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점 등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4분기 수출은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유가 급등 영향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37억4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달 같은 기간(4억88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경제 주체들의 체감경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포인트 내려 비관적 응답이 더 많았다. 또 3.3%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4%로 올라 8개월만에 상승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1.4%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한은이 전망한 연간 성장률 1.4% 달성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국내 경기의 강한 ‘상저하고’ 사이클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금리 충격에 따른 금융시장 긴축발작,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심리지표 악화, 흔들리는 무역수지 흑자 흐름은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둔화시키는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라면서 “경기가 정부 전망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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