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상최대 이익낸 은행권, 초과이익 환수 방안 검토한다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10. 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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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상반기에만 이자이익 30조원 육박.. 은행권 횡재세 성격의 준비금 부과 가능성


정부가 올 상반기 30조원 규모의 이자이익을 낸 은행권에 사실상 '횡재세'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과 대출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별다른 노력없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내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이다. 다만 정부가 은행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별도의 준비금을 쌓도록 해 고배당이나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막는 이탈리아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은행권 올 상반기 29.4조 이자이익 '사상최대 규모'.. 초과이익 환수 방안 검토 착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의 막대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의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종의 '횡재세' 개념으로 은행이 자체적인 경쟁력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거둔 초과이익이 막대하니 은행권의 사회적인 책임과 고통 부담을 요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은 올 상반기에만 이자이익으로 29조4000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2000억원 대비 3조2000억원(12.2%)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은 지난해 총 55조900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사상최대 규모다. 2021년 46조원 대비로 지난해에만 10조원 가깝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은행들은 역대급으로 많은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올 들어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고금리 상태가 유지되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서 높은 이자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 상승에 따른 고통을 은행이 아닌 대출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본 시각이다.

논의 초기 단계지만 초과이익 환수 방법으로는 이탈리아 정부가 금융권에 부과하기로 한 횡재세가 참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초 은행권 초과이익의 40%를 세금으로 거두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권고안을 일부 수용해 세금 대신에 별도 준비금을 쌓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나라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에도 이와 유사한 대손준비금 제도가 있다. 은행이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도록 하는 제도인데 지난 6월말 기준 적립규모가 18조원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손준비금을 더 쌓도록 하거나 별도의 준비금을 신설하면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이를 주주배당이나 임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쓰지 못한다"며 "당장의 호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기보다는 경기 싸이클이 안 좋아질 것에 대비해 자본을 충실하게 쌓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횡재세 명목으로 직접 은행에 세금을 거두는 방안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작용했다. 이탈리아도 당초엔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해외자금 이탈, 자금조달비용 증가, 주가하락 등 부작용이 우려돼 횡재세로 내야 하는 돈의 2.5배 이상 준비금으로 쌓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수정안을 내놨다.

연말 고배당·성과급 잔치 어려워질 듯
준비금을 대폭 쌓아 부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충안이나 이익을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쓰지 못하면 은행권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는 지난달 '은행의 이익처분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배당정책은 주식회사의 존재 목적에 맞게 이뤄지는 자율적인 경영의사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내 임직원의 급여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이 보고서는 금융당국과 여당의 질타를 받은 후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현재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나중에 은행이 손실을 냈을 땐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은행들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높여 소비자 피해만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들이 다 변동금리로 대출이 이뤄져서 (부담이) 모두다 가계, 기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0조, 20조 이익 내는 은행들이 같이 감내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감해야 한다"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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