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가장 신선한 맥주’를 만드는 완벽한 방법

이민아 2023. 10. 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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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맥주에 국산 보리가 들어가지 않는 점에 분노한 농업전문가들이 설립한 양조장입니다”

충북 음성군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맥아를 생산해 맥주를 만드는 청년들이 내건 한 줄 소개입니다.

이들은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보리를 넣어 만든 맥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하고 가볍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가 뭐라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무려 8년의 시간을 들여 한 발, 한 발 나아갔죠.

청년들은 마침내 오롯이 우리나라 보리가 들어간 진짜 한국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명 ‘가장 신선한 맥주’로 알려지며 맥주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괜한 시도를 하는 건 아닐까’ 수없이 많은 의심과 좌절이 교차했을 8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성준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허성준 대표(오른쪽), 충북 음성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맥아를 생산, 로컬 맥주를 만들고 있다.

Q.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맥주는 굉장히 많은데요. ‘가장 신선한 맥주’라고 소개할 수 있는 자신감이 돋보입니다. 어떤 맥주를 만드는지 직접 소개를 좀 더 해주세요.

네, 저희는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맥아를 생산해 맥주를 만듭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술이죠. 우리가 재료를 재배하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다 해버리니까요. 로컬 맥주, 음성에서 드시면 말 그대로 탄소 제로 맥주에요.

Q. 보리를 재배하는 것 뿐 아니라 맥아를 직접 생산하시는 거네요?

네, 맥아를 만드는 기계가 국내에는 없어서 원래 독일에서 구입을 해서 보통 사용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국산화하고 싶어서 몇 년에 걸쳐 직접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보리 재배, 맥아 생산, 양조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양조장이 된 거죠.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위치한 양조장 시설 모습, 보리 재배, 맥아 생산, 양조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Q. 보리를 그냥 사다 쓰거나 맥아 만드는 기계를 사용했으면 좀 더 빨리 맥주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쉬운 길을 두고 왜 굳이 멀리 돌아가신 건지...

우리나라도 소재랑 부품이랑 장비 우리가 직접 다 공수할 수 있다 이거죠. 저희가 이렇게 함으로써 이제 ‘국내에도 맥아 만드는 기술이 확보가 돼 있다.’고 할 수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데이터를 쌓으면서 노하우가 축적되는 거죠.

Q, 직접 기른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네, 일단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기후가 좀 힘든 기후거든요. 대신 얘네들이 살려고 항산화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커요. 그래서 우리나라 보리는 다른 나라 보리에 비해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고품질 보리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보리들에서 맛도 좀 더 특색 있는 맛이 나올 수 있고요. 저희는 우리 보리만의 특색을 담은 맥주를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좋은 품종을 선별해서 적합하다 그러면 맥주를 만들어요.

농촌진흥청에서 육종한 보리를 우리 지역 기후에 맞는지 계속 테스트를 해왔고, 지금도 하는 중이에요. 더 좋은 품종을 찾으려고요.

Q. 끈기가 정말 대단한데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진 않으셨나요?

제가 맥주를 만들기 전에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거든요. 10년 전쯤 군대 전역하고 후임들을 데리고 농사를 시작했어요. 후배들은 원래 서울 애들이니까 귀농을 한 거죠. 저는 원래 음성이 고향이고.

제가 제일 형이에요. 저를 많이 믿고 따르는 동생들이죠. 저는 아버지가 취미로 농사를 지으셨는데, 제가 좀 거들면서 농사에 뜻이 있었어요. 제가 음성에 농토가 좀 있어서 애들한테 ‘여기서 시작하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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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선후임으로 만난 청년들은 충북 음성군에서 농사를 시작해, 로컬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을 설립했다.

농사를 2년 정도 짓다 보니 저는 ‘농사로 먹고 살아야 겠다’ 했는데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생각할 때 ‘우리가 먹는 식품에 우리의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판단이 들었고, 가공식품으로 한번 풀어보자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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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 보리를 넣은 특색있는 맥주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고, 많이 팔려야 하는 문제도 있잖아요. 반응은 좀 어떤가요?

네, 저희 완전 초기 때부터 음성 하나로마트에서 받아주셔서 로컬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지금까지도 납품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 납품하는 곳은 전국에 100군데 조금 안 되고요. 최근에는 대형백화점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저희가 좋은 술이 있으니까 한번 넣어보시라고 제안을 해왔었는데 답변이 와서 서울, 동찬, 부산 등 전국 7개 지점에 들어갑니다. ‘품질을 보증받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죠.

Q. ‘농업에 진심’이기 때문에 ‘가장 신선한 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앞으로 계획이나 바라는 점 있으시다면요?

주류는 농업에서 반도체 역할을 해요. 고부가가치 농업의 꽃인 셈인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세계 시장으로 갈 수 있게끔 규제를 풀어야 농업도 살거라 생각해요. 양조업자 겸 농업인의 얘기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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