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언니, 이번생엔 내가 왕비야’ 작가, ‘뺏긴 자리에 미련없습니다’ 작가 상대로 표절 소송 제기
인기 웹소설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언니내왕) 작가가 <뺏긴 자리에 미련 없습니다>(뺏긴 자리) 작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웹소설의 창작과 표절 경계에서 그동안 법원이 표절을 인정한 경우가 드물어 이번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인기 웹소설 <언니내왕> 작가 ‘레팔진프’(필명)는 <뺏긴 자리>의 최아리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을 이유로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언니내왕>은 2020년 네이버 웹소설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으로 그해 2020년 12월부터 연재됐다. 10월 기준 다운로드 횟수 5000만회를 돌파했으며, 네이버가 배우 수지를 모델로 내세워 이 작품을 광고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웹소설이다.
레팔진프는 <뺏긴 자리>의 등장인물의 특징, 서사 구조, 주요 에피소드가 <언니내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착하고 순종적인 여주인공이 같은 집에 사는 미모의 여성에게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는 약혼자와 신분, 재력까지 모두 빼앗긴 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회귀해 복수한다’는 설정이 똑같다는 것이다. <언니내왕>에선 ‘이복 언니’이고, <뺏긴 자리>에선 ‘하녀’가 등장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레팔진프는 특히 남녀 주인공, 여주인공의 가족 등 캐릭터 간 관계, 작품 내 비중이 크지 않은 엑스트라급 등장인물의 특징도 똑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 초반에 약혼자가 여자 주인공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여자 악녀를 통해 주인공이 듣게 된다는 점도 동일하다는 것. 보통 웹소설에서 여주인공에게 신체적 흉터가 있는 경우는 드문데 이 역시 유사하게 그렸다는 게 <언니내왕> 작가의 입장으로 전해졌다. <언니내왕>의 여주인공은 온 몸에 새빨간 흉터가 있으며, <뺏긴 자리>의 여주인공도 허벅지 전체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는 설정이다.
최 작가는 경향신문에 “전문가의 상세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며 “<언니내왕>의 등장인물이나 전체적인 플롯은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에 흔히 사용되는 요소들이라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인 창작적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외 (상대가 주장하는) 문장 등의 표현 방식의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되기 어려워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은 낮다”며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웹소설 업계에서는 표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웹소설이 K콘텐츠의 원재료가 되는 등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 1조원대를 넘겼다. 이 과정에 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 유사한 작품이 잇따라 나와 표절 논란이 많아지는 추세다.
독자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작가가 인정하고 사과하거나 일부분 삭제한 경우를 비롯해 플랫폼사가 연재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간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법적 판단이 명확히 나온 경우는 드물다.
대표적으로 웹소설 <애유기>의 정은숙 작가는 홍자매의 <화유기>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소송까지 벌였지만 2019년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에도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을 소재로 삼고 있는 웹소설이 유사하다는 소송이 제기됐지만 표절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례는 다르지만 이같은 소송에서는 대체로 장르물의 성격상 전형적 소재와 흐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원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다.
‘표절’이라는 법적 판단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도 잇따라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적 판단 기준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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