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 탁성호 납북어부 5명 '무죄'… 法 "불가항력적 납북 명백"

탁성호 납북어부 재심 법정을 찾은 유족들. 박사라 기자

간첩으로 몰렸던 납북 귀환 어부가 5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허정훈)는 26일 반공법 위반죄 등이 확정된 납북 어부 故심여종, 심일수, 김도암, 김석봉, 서미남 씨 등 5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탁성호는 북한 경비정에 의해 끌려가서 장시간 대치하던 중 북한 경비정의 발포 위협에 의해 결국 피랍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의사에 의해 월북했다거나 어떤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볼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수사보고서와 압수물 등 증거만으로도 이들의 반공법 위반과 수산어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모든 범죄에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탁성호 전원은 북한군인 총포 앞에서도 납북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했고 불가항력적으로 납북되었음이 명백하다"며 "탁성호 성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기려야 할 것이고 유족들도 망인을 자랑스러워하면서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이 끝난 뒤 故 심여종 씨 큰 아들 심명봉(57)씨는 "아버지가 하루에 술을 한 대씩 사다가 드실 정도로 힘들어 하셨는데 그 모습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라도 명예회복이 되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故 심일수 씨 아들 심태형(57)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기가 되가는데 이 결과를 못 듣고 가신게 너무 안타깝다"며 "무죄로 판결나니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탁성호 어부 5명은 1971년 동해에서 조업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 북한으로부터 풀려나 고향 여수에 돌아왔지만, 북한에서 간첩 지령을 받은 뒤 의도적으로 풀려나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불법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재심을 신청했고 올해 6월 재심이 결정됐다.

검찰은 이날 선원들에 대한 "강요 행위가 있었다"며 인정하며 무죄를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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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박사라 기자 sarai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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