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성폭행' 전직 제주도 공기업 직원, 혐의 인정

경찰 조사 땐 혐의 부인…첫 재판서 입장 바꿔
"피해 회복을 위해 시간 달라" 재판부에 요청
피해자, 2차 가해 시달리다 퇴사·정신과 치료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부하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제주도 산하 공기업 직원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26일 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42)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28일 밤 시간대 도내 한 술집에서 부하직원 B씨 등과 술 자리를 가진 뒤 자신의 차량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이후 A씨는 아무렇지 않게 B씨를 대하는 등 계속해서 B씨 주변을 맴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초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원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사내에서도 B씨를 비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동료들로부터 허위사실에 의한 2차 가해까지 겪으며 올해 회사마저 그만뒀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현재 피해자로부터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들었다. 피해 회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줬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B씨 변호인은 "A씨가 공판이 열리기 직전에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말을 했다"며 "피해자의 상처를 또다시 건드리는 행위로, 이것이 진정한 사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 측이 3000만원 상당의 합의를 제안해왔으나, 피해자는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판단해 거절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며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에게 "피해자에게 의사를 전달할 땐 말 한마디도 조심하라"며 "그런 말은 어처구니가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은 12월1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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