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행동, 국민연금 대안보고서 발표…"소득대체율 50%로 높여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생산성 영향력 분석 없어"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 기구인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의 개혁 보고서가 재정안정론에 치중됐다고 비판하며 보장성을 강화하는 안을 담은 대안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대안 보고서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는 안이 담겼다.
재정계산위가 '2093년까지 적립기금 유지'라는 개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안으로 제시한 몇몇 시나리오에 비해 보험료율 인상 폭이 적은 반면 소득대체율은 높은 수준이다.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306개 노조·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연금행동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의 조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안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안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둘은 재정계산위 소속이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안으로 표기하는 것에 항의하며 사퇴한 바 있다.
재정계산위는 두 교수의 반발을 고려해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보고서 초안에 포함하지 않았으나, 두 교수의 사퇴 이후 최종 보고서에는 일부 소득대체율 인상 시나리오를 담았다.
다만 해당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상향 시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기재됐다. 연금행동은 해당 보고서에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형식적'으로 포함됐다고 비판해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42.5% 수준이고 2028년까지 40%로 내리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이 40%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보험료를 40년간 냈을 때 4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 교수와 주 교수는 대안보고서를 통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p씩 상향해 2030년에 12%까지 높이고, 2031년부터 13%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경제사정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 추가 인상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보험료율 상향과 함께 소득대체율은 2025년 일시에 50%까지 올리자고 주장했다.
남 교수와 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국민연금으로 노후 최소생활비의 75% 이상 보장할 수 있고 기초연금까지 합하면 100% 이상 보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또 평균임금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31.2%에서 39.1%까지 올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2%에 근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 보고서에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른 재정 전망도 담겼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안대로 가면 기금 규모는 2053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7.4%가 된다.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금은 2053년 기준 GDP 대비 7% 수준이다.
다만 대안 보고서는 재정계산위와 다르게 2093년까지의 장기 재정 전망을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대안 보고서는 "국민연금 재정안정 방안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70년이라는 초장기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확실성을 가질 수 있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향후 30년 정도의 중장기를 대상으로 해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남 교수와 주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뿐만 아니라 국고지원 확대, 보험료 분담비율 조정 등을 통한 다양한 재정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둘은 대안보고서를 통해 기존 재정계산위가 한국의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로 △인과관계 분석 없이 70년간의 초저출산율 가정 △고령화로 인력부족이 심각해져도 경제활동참가율이 장기간 낮게 유지된다는 가정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생산성과 자본축적에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이러한 영향력 분석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최종보고서에 24가지 개혁시나리오를 담았다.
보고서상 재정계산위의 국민연금 개혁 목표인 '2093년까지 적립기금 유지'를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보험료율 15%로 인상, 지급개시연령 68세로 상향, 기금투자수익률 1%p 상향 △보험료율 18%로 인상, 지급개시연령 68세로 상향(기금투자수익률 현행 유지~1%p 상향 모두 목표 부합) △보험료율 18%로 인상, 기금투자수익률 1%p 상향 시나리오뿐이다.
해당 시나리오는 모두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대안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는 재정계산위가 유력하게 제시하는 시나리오와 달리 소득대체율은 높고 보험료율은 낮은 셈이다.
대안보고서에 담긴 안은 재정계산위의 유력 시나리오보다는 '보장성 강화'를 적극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 교수는 재정안정보다는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둔 게 우리 경제의 핑크빛 전망을 근거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기존에 기술 변화나 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생산성 향상 부분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며 "70년의 미래가 (과거 추세로 가정해) 확정된 것처럼 전제하고 정책을 결정하려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장밋빛 미래를 보여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정 전망이 30년밖에 안 돼 청년들이 그 이후에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을 것 같다는 비판에는 "기금이 없으면 연금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너무 팽배하다"며 "'노후에 내 자식에게 손을 안 벌려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연금에 대한 신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고 지원 등 다른 사회적 부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재정계산위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오는 27일 발표한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이를 근거로 개혁안을 추가 논의하게 된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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