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젊어진 대표팀…이어지는 첫 금메달,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육성과 집중지원 효과가 나타난다"

민창기 2023. 10. 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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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25일 태권도 남자 K44 80㎏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주정훈을 축하해주고 있다. 항저우공동취재단.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궈리 스포츠센터. 2022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태권도 44K(손목 전체 또는 손목 위, 단일 절단 또는 마비) 결승전에서 주정훈(29·SK에코플랜드)이 알리레자 바흐트(이란)를 15대13으로 꺾고 포효했다.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된 첫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주정훈은 김예선 대표팀 감독에게 큰절을 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57)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지켜보고 있었다. 주정훈은 태권도가 2020년 도쿄패럴림픽 정식종목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찾아낸 '보석'이다. 비장애인 선수로 뛰었던 주정훈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도쿄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 경기가 끝난 직후에 만난 정 회장은 계속해서 '육성'과 '집중'을 얘기했다. 최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프로그램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 회장은 "4~5년 전부터 기초종목 육성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종목의 신인 선수들을 찾아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가 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첫 국제대회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 성과가 안 나온다고 해도, 2024년 파리패럴림픽, 2028년 LA대회 때 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남자 배드민턴의 에이스로 떠오른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신성' 이정수(17·광주장애인배드민턴협회), 여자 배드민턴 정겨울(20·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했다. 삼촌뻘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
항저우공동취재단.

히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종목별로 스타 선수를 만들려고 한다. 롤 모델이 나오면 운동에 부정적인 부모님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키즈'가 나온 것처럼 스타를 만들어보겠다."

장애인 스포츠는 선수 발굴, 세대교체가 쉽지 않다. 20세 이하 등록 장애인은 9만 명밖에 안 된다. 또 장애 유형까지 감안하면 자원이 더 빈약하다.

정 회장은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방학 때 캠프를 열고 있다. 장애 유형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해 종목을 찾아주고 있다"고 했다.

엘리트 선수에 대한 집중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종목별 국제 경쟁력 갖춘 경기력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 중점지원하고 있다. 이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자주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한다"고 설명했다.

25일 여자탁구 서수연(36·광주장애인체육회)이 단식 클래스1·2 결승에서 중국의 류징을 3대1로 꺾고 우승했다. 서수연은 앞선 아시안게임, 패럴림픽에서 은, 동메달에 그쳤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생 윤지유(23·성남시청)는 같은 날 여자탁구 단식 클래스3 결승에서 중국의 쉐주안을 3대1로 완파했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앞을 가로막았던 쉐주안을 기어코 넘어 첫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또 남자 사격의 이장호(34·청주시청)는 23일 R1(SH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결선에서 금메달을 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 개관시에서 내빈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항저우공동취재단

정 회장은 "그동안 서수연 윤지유 선수가 중국 선수에 막혀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이번에 다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집중투자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상위 그룹을 잘 관리하고 지원하면 동메달이 은메달이 될 수 있고, 은메달이 금메달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태권도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21개 종목 선수 208명이 출전했다. 체육회장으로서 당연히 모든 종목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특히 눈길이 가능 종목이 있다. 단체, 구기 종목이다.

정 회장은 "선수들이 함께 운동하며 화합하는 모습이 좋다. 개인 종목에 비해 메달을 따기 어렵다보니 소외돼 있다. 마음으로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팀 종목은 국내 리그전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리그를 운영중인 휠체어 농구가 처음으로 도쿄패럴림픽에 자력으로 출전했다. 여자 골볼도 파리패럴림픽 출전 쿼터를 확보했다. 휠체어 럭비 리그를 운영중인데 다른 단체종목도 리그를 만들어 경험을 쌓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3일 소피텔 항저우 잉관호텔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대한민국의 밤' 행사를 열었다. 앤드류 파슨스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위원장, 마지드 라세드 APC(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29개국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이 21일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보치아 체험을 하고 있다.항저우공동취재단

의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4회 연속 IPC 집행위원을 배출했다. 심판들을 육성해 국제심판 자격을 따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국제연맹이나 IPC, APC에 진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게 다 스포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고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된다. 정 회장은 "선수출신인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이 오셔서 선수들을 격려해주셨다. 선수 때 타 종목 경기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모르고 있던 종목을 알게 돼 기쁘다고 하셨다. 앞으로 문체부가 생활체육을 포함해 장애인체육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경기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내가 직접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정 회장은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다. 휠체어 농구를 하다가 사격으로 종목을 전환해 세계 최고 선수가 됐다.

항저우(중국)=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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