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조선조 때도 심각했던 마약...음모론, 근거없다
1848년 조선 헌종 14년 3월 26일, 화원 박희영이 연행 사절단으로 중국(청)에 다녀오면서 아편 흡연 도구를 소지한 혐의로 적발됐다. 청과 영국의 1차 아편전쟁 후, 아편 유입을 경계해 온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비변사에서는 "아편은 서쪽 오랑캐로부터 나온 것으로 그 피해가 국가를 망하게 하고 사람을 죽인 후에야 그칩니다. 근래 대국(청)에서도 엄하게 금지하는 것인데 하찮은 박희영이 몰래 가지고 와서 나라에 전파하려고 한 것부터가 하나의 변괴입니다"라며 처벌을 건의했다.
형조에서 박희영을 심문한 결과, 아편을 폈던 사실도 발각됐다. 그러나 아편 관련 죄인을 처벌한 전력이 없던 조정은 난감했다. 형조판서 김기만은 "마땅히 죽여도 여한이 없는 죄이지만 아편을 금지한 조항도 정해지지 않았고 법조문에도 확실한 근거가 없습니다. 널리 물어 재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헌종은 대신들과 수 차례 논의를 거친 뒤 결론을 내렸다. 박희영은 사형은 면했지만 추자도로 유배됐고, 노비로 신분이 격하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은 각국과 통상조약을 체결할 때마다 아편 수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철저하게 넣었다.그러나 소용 없었다. 1882년 청과 조-청 무역장정을 체결하면서 오히려 아편이 확산됐다. 1901년 8월 12일 황성신문에 실린 논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편 흡연의 폐해는 이미 논의가 많았지만, 폐해가 더욱 켜졌다. 근래 믿을 만한 소식에 따르면 한성 시내에서 아편을 판매하는 곳이 43, 44곳이며, 1일 판매하는 양으로 1인 1일 흡연량을 계산해보면 무려 3만 인이 된다…한 번 아편을 입 근처에 갖다 대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그 사람은 살아도 죽은 사람이다."
당시 한성에서 하루에 팔리는 아편의 양이 3만 명분에 달할 정도로 조선에 아편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박강 부산외국어대 역사관광학과 교수가 지난 2013년 쓴 논문 '개항기(1876∼1910) 조선의 아편 소비와 확산'에서 밝힌 내용이다.
논문과 황성신문에 따르면, 많은 조선인이 아편을 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청국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권유로 흡연하는 경우, 만병통치약으로 효험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 아편 범죄에 대해 정부의 처벌과 법 집행이 엄격하지 못했던 점, 외국인 거주지역에 아편 단속이 어려웠던 점 등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대한제국까지 이어졌다. 1905년 이전에는 아편흡연 위반자에 대해 2년 이상 3년 이하 감금에 처하다가, 1905년 형법대전 반포 이후에는 징역 15년에 처했다. 박강 교수는 논문에서 "1905년을 전후에 아편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10년 전후에는 아편소비도 한성, 충남, 전북, 함남, 함북, 평북, 평남, 황해도 등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 아편중독 치료 광고약 선전이 대대적으로 게재됐다. 박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아편은 지도층과 일반 백성의 자살문제와도 연관돼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며 "일제 강점기 이전 조선 사회의 아편 확산은 우려되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배우 이선균 씨(48)와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이 마약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씨 사건과 권 씨 사건은 별개의 사건으로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연예인 마약 사건은 두 갈래로 커지게 됐다. 현재 보도된 상황만 바도 심각한 사안이다. 향후 더 많은 연예인이 적발되는 등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음모론을 키우는 모양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정권이 취임 이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면서 지금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며 "정권 위기 상황에서 이선균이나 지드래곤(권지용) 같은 이런 연예인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연예인들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위기와 연예인들 마약 이슈를 이 시점에서 떠뜨리는 것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근거는 없다"며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앞서 이경 상근부대변인도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예인 마약 기사로 덮어보려고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 학폭 사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당 패배의 대통령 책임론 등에 관한 기사가 '이선균 마약 의혹'으로 덮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발언이라고 하지만, 시기적 유사성을 제외하면 아무런 근거는 없는 주장이다. 그런데, 마약이라는 심각성만 놓고 보면 정치와는 별개로 당연히 수사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올해 들어 지난 9월말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493㎏으로 작년 같은 시기(383㎏)보다 29% 더 늘었다. 이슈화를 통해 불법이라는 점을 알리고, 근절해야 하는 사안이다. 마약사건은 단순히 음모론으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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