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PM(Portfolio Manager) [마스턴 김 박사의 說]
김선우 마스턴투자운용 전략기획실장·산업공학박사
자산운용사의 핵심 직무인 포트폴리오 매니저 PM(Portfilo Manager)으로 표기)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미디어에서 비춰지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긍정적인 PM 이미지는 막대한 성과급을 받고 최고급 수트를 입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투자자들에게 발표하는 모습이다. 반면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인간미 없이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까탈스럽고 까칠한 모습이 있을 것이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표현된 이미지 역시 대부분 사실이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화 ‘빅 쇼트(Big Short)’와 같은 모습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PM은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것과 같이 타 직무 대비 고연봉을 받는 직업이다. 높은 연봉에 걸맞은 강력한 카리스마, 냉정한 현황 분석과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누구보다도 외롭고 힘든 직무이며, 자신의 판단에 대하여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는 직업이다.
PM은 투자 대상 자산 유형과 투자 전략을 설정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전략을 설명해 자금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PM의 과거 업무 수행실적(Track Record)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다. 때때로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전략에 대한 세부적으로 특정 조건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PM은 실행 가능 여부를 판단해 투자 전략에 반영한다.
펀드가 설정된 이후에는 투자 대상 자산(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의 매입 가격과 매입 시점, 보유 기간과 관련된 모든 판단과 의사 결정을 수행한다. 적정 시점에 적정 가격으로 자산을 매도하는 것 또한 PM의 의사 결정 사항이다. 거시 경제분석, 산업/시장 리서치,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투자심의위원회 등 많은 부서와 인력이 의사 결정을 지원하지만, 그 모든 자원을 활용해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오롯이 PM의 몫이다.
PM의 의사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도심 중앙 업무지구에 준공 이후 5년 된 층당 전용 임대 면적 300평 이상의 코어(Core) 오피스 빌딩을 공개 입찰로 매각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일정 기간 이상 보유 시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투자수익을 최소 리스크 익스포져(Exposure, 해당 투자가 금리/물가/환율/경제성장률과 같은 외부 리스크에 노출되는 수준)로 확보할 수 있기에 다수의 대체투자운용사, 대형 디벨로퍼, 대형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 사옥 수요가 있는 중견 기업까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때 PM은 매우 치열한 Core 오피스 입찰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합리성만 앞세워 단순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경쟁 입찰에서 낙방할 것이고, 무조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목표 수익률을 하회하거나 때로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수리적, 통계적 분석은 가장 합리적인 근사치를 제시하겠지만 최종 입찰 가격은 결국 PM이 결정해야 한다.
또한 PM의 의사 결정은 입찰 전 운용사 내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수십년 이상의 투자 경력을 보유한 다수의 투자전문가들이 PM의 의사 결정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검증을 수행한다. “팀이 함께 모여 결정했다” “사장님이 결정했다”와 같은 변명은 국내외 선도 운용사에선 통하지 않는다. 내부의 조직과 자원은 조력자일 뿐이고, 최종 의사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하게 PM의 몫이다. 다시 말해 PM은 온전히 자신의 전문성, 배짱, 경험으로 투자자와 내부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하며 동시에 입찰에서도 이겨야 한다.
다른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상장 주식에 최대 60%, 채권에 최대20%, 상장 리츠 최대 20%까지 투자 가능하고, 연간 목표수익률 7~8%인 펀드를 설정한다고 하자. 해당 펀드의 PM이 상장 리츠가 공모가 이하인 현재 상황은 일시적이며, 향후 상장 리츠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펀드 설정 시 기준을 어긴 채 펀드 투자금 전체를 상장 리츠에 투자하여 9개월만에 20%의 투자성과를 달성했다고 하자. 과거 자본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을 때는 결과가 좋으니 좋은 것이라고 시장에서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국내 금융시장도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했기에 신의성실하지 못한 판단으로 낸 성과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PM은 법률적 위법 방지를 넘어 자신의 의사 결정의 순간순간 투자자를 최우선으로 하며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직업윤리적 신의성실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자산운용사 리스크 관리 부서가 내부적으로 모니터링해 위와 같은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에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성공한 PM이 젊은 시절 PM으로 성과를 한참 달성하는 중에 어느 순간 문득 “내가 굴리는 자금이 수천명의 노후자금이고, 누군가의 결혼비용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장면도 PM의 현실일 수 있지만, 실제 PM은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 ‘빅 쇼츠’와 같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검증하고 분석하는 일에 시간을 할당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금융시장 내 의사 결정에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증권사에 부당한 갑질을 하거나, 협력업체들에게 부정한 뒷돈을 받는 PM이 아직까지 있을 수도 있다. 실제 매년 불미스러운 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PM 인력도 한자리 수 이상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규제기관, 제도와 시스템 모두 PM에게 투자 전문성,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성실함, 자신과 투자에 연관된 팀원에 대한 윤리적 엄격함을 요구하고 있고 그 강도도 선진국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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