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UCL 데뷔골 넣은 날 절친도 1골 1도움 맹활약…런던 웸블리 결승에서 만나자

▲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이 이적 후 첫 골을 챔피언스리그에서 넣었다. ⓒ연합뉴스/AFP/AP/REUTERS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슛돌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별들의 잔치에서 감동의 골을 넣은 순간, 절친도 1골 1도움을 해내며 결승에서 만나기 위한 여정을 이어갔다.

이강인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3차전 AC밀란(이탈리아)전에 대기 명단에 있었다.

경기 전까지 파리 생제르맹(PSG, 프랑스)은 1승1패, 승점 4점으로 2위였다. 이강인 없이 치른 두 경기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에 2-0으로 승리했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영국) 원정에서 1-4로 패한 것이 충격적이었다.

경기 중심이 킬리안 음바페로 돌아가는 PSG의 사정을 고려하면 뉴캐슬전에서 약점이 크게 보였다는 분석이다. 물론 리그에서도 시원치 않은 경기력으로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도 커졌다.

공교롭게도 지난 22일 스트라스부르와의 프랑스 리그앙 9라운드에 이강인이 등장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3-0으로 승리했다. 이강인이 공격 2선에서 연계 능력을 보여주며 1-0으로 앞선 전반 31분 발렌시아에서 호흡했던 카를로스 솔레르의 골에 기점 역할을 했다. 도움을 기록한 음바페가 이강인의 패스에 엄지를 들어 올리며 실력을 인정했다.

물론 이강인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곧바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해 한 달이나 팀을 비웠다. 전술, 전략적인 성숙도에서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이강인 특유의 창의적인 패스를 어떻게 녹이느냐가 관건이다.

스트라스부르전에서도 한쪽으로 고립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돌파와 패스로 극복했지만, 음바페가 움직이는 축으로 공격이 고정되면서 더 많이 뛰어야 했던 이강인이다.

밀란전에서는 대기 명단에 있었다. PSG은 음바페, 콜로 무아니, 우스망 뎀벨레 라인으로 공격을 꾸렸다. 뎀벨레와 이강인이 사실상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고 스타일도 180도 다르다는 점에서 선발 불발은 아쉬웠다.

음바페는 전반 32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뎀벨레는 후반 8분 무아니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2-0으로 앞선 26분 이강인은 뎀벨레를 대신해 교체로 들어갔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능력을 뽐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 이강인 절친 FC바르셀로나의 페란 토레스도 샤르타르 도네츠크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해냈다. ⓒ연합뉴스/REUTERS/EPA/AFP

밀란의 수비를 깨는 것이 중요했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튼실한 밀란이다. 국내 팬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2004-05 UCL 4강이었다. 당시 PSV에인트호번에서 뛰었던 박지성(현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이 밀란의 끈끈한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당시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피카요 토모리, 말릭 타이우에 테오 에르난데스, 피레 칼루루 등의 수비력은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위 순항의 원동력이 됐다. 9경기 9실점으로 20개 팀 중 최소 실점 5위다. 1위 인테르 밀란(5점)과 4골 차이에 불과하다.

아시안게임 직전 도르트문트와 2차전에 후반 34분 교체로 등장해 11분을 뛰었던 이강인은 밀란전에서도 9분 더 뛰었다. 기회 창출이 쉽지 않았지만, 44분 워런 자이레-에메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패스한 것을 곤살로 하무스가 슈팅하는 동작을 취하며 뒤로 흘렸고 아크 오른쪽으로 이동한 이강인이 왼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군더더기 없는 슈팅 동작이었다. 모두가 뛰어와 축하의 포옹을 한 것은 덤이었다. 이강인의 마무리 골로 PSG는 3-0으로 승리하며 1위로 올라왔다.

이강인의 골에 발렌시아 절친 페란 토레스(FC바르셀로나)도 응답했다. 토레스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전에서 전반 28분 페르민 로페스의 도움을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과정 자체가 다소 복잡했다. 일카이 귄도안이 수비 머리 위로 올린 볼을 로페스가 왼발 슈팅한 것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왔다. 이를 토레스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넣었다.

하지만, 주심은 로페스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고 판정했다. 비디오 판독(VAR)이 실시 됐고 귄도안의 패스 시점에서 로페스가 수비보다 뒤에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절묘한 위치 선정이었고 골로 인정됐다.

도움을 받은 토레스는 36분 신세를 갚았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볼을 흘렸다. 이를 로페스가 받아 수비를 따돌리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오른 골대에 맞고 굴절되며 꺾여 들어가 더 극적이었다. 바르셀로나도 토레스와 로페스의 각각 1골 1도움을 앞세워 2-1로 승리하며 3전 전승, 승점 9점으로 H조 1위를 달렸다. FC포르투(포르투갈, 6점), 샤흐타르(3점), 로얄 앤트워프(벨기에, 0점) 순이라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토레스는 발렌시아 유스 시절 이강인과 절친이었다. 2000년생으로 이강인보다 한 살 더 많다. 10년 넘게 뛰며 우정을 나눴다. 발렌시아 구단의 후진적 경영으로 갈등이 생기면서 2020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로 떠났다. 자리 잡지 못하면서 지난해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여름에는 아스널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의 재정 위기에서도 착실하게 경기 출전 경험을 쌓았다. 지난 시즌에는 유로파리그(UEL)에서 뛰었지만, 올 시즌 UCL에서는 3경기 2골 1도움, 프리메라리가 9경기 3골로 순항 중이다.

자신이 맨시티로 이적한 뒤 발렌시아 내에서 이강인이 고립될까 걱정했던 토레스다. 발렌시아 선수단 내부에서 이강인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나왔고 토레스도 그 괴롭힘을 당했던 인물로 꼽혔다. 누구보다 걱정했지만, 이강인도 2021년 여름 마요르카로 떠나 자기 기량을 마음껏 뽐냈고 지난여름 PSG와 인연을 맺었다. 애스턴 빌라가 이강인과 토레스 동시 영입을 고민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출발이 다소 늦은 이강인이지만, 적어도 친구의 걱정을 덜어주며 만개할 날만 남았다. 이미 A대표팀에서도 골을 넣는 등 한국 축구의 미래로 올라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우정이 깊은 두 공격수가 UCL 녹아웃 스테이지(16강 이후)에서 만나는 겨루는 그림을 연출한다면 가장 배 아플 팀을 발렌시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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