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대피” 명령 뒤 남부 공습···이스라엘군, ‘피란민 집결’ 남부 공격 이유는
“그곳은 이스라엘군이 안전하다고 말한 지역이었다.” 25일(현지시간) 아랍권 최대 방송사 알자지라의 가자 지국장인 와엘 다두(52)는 병원 바닥에 놓인 아내와 15세 아들, 7세 딸, 손주의 시신을 확인한 뒤 이같이 말했다.
가자지구에 ‘안전한’ 곳은 없었다. 그의 가족들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대피를 명령하며 안전을 보장했던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다. 가족들을 대피시킨 후 북부에 남아 취재를 이어오던 다두는 이날도 공습 소식을 전하는 방송을 마친 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고, 가족 4명의 죽음을 차례로 마주했다.
이날 공격으로 난민 캠프에서는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그의 다른 가족들을 포함해 많은 피란민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혔다. 다두는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어린이, 여성 등 민간인을 향한 명백한 표적 공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남쪽으로 떠나라”고 대피령을 내린 이스라엘군이 남부 지역은 물론 안전을 보장했던 피란민 캠프 등에도 무차별 포격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일주일째인 지난 13일 처음 ‘24시간 내 대피령’을 내린 뒤 지속적으로 주민들에게 북부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해 왔다. 지난 22일엔 북쪽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든 ‘테러조직 동조자’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자시티를 비롯한 북부 지역에 하마스의 군사시설이 집중돼 있어 북부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방지한다는 것이 ‘대피령’의 명분이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내 피란민은 140만명으로, 전체 인구(230만명)의 60%에 달한다.
그러나 공습을 뚫고 가까스로 남쪽에 도착한 이들도 국경 폐쇄로 갈 곳을 잃은 채 가자지구 내 고립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이집트 국경에서 불과 10㎞ 떨어진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 공습을 가해 아파트 건물 여러 채가 붕괴되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피란민이 몰려 있는 남부지역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자 이스라엘군은 이날 “민간인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하마스 관련 목표물이 발생하는 곳마다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핵심 거점은 북부 가자시티에 있지만, 하마스 단원들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민간인과 섞여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하마스 무장세력이 있는 주거지역은 설사 민간인과 섞여 있더라도 “정당한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이른바 ‘가정집’으로 불리는 곳도 실상 가정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기부터 “포격의 중점은 정확성이 아니라 피해”라며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쪽으로 피란을 떠났다가 다시 북부로 돌아가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남부 주요 도시들이 이미 피란민으로 포화 상태를 이뤄 주거 및 위생 상황이 열악한 데다 남부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첫 대피령일 내려진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가 최근 다시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온 20대 여성 왈라 암마르는 “어디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매일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