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골프채’ 받은 부장판사 무죄…법원 “청탁·대가성 없어”
법원 “재판부에 연락 등 증거 없어”
알고 지내던 사업가에게 짝퉁 골프채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알선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부장판사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판사에게 짝퉁 골프채를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54)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A판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판사가 골프채를 받은 뒤 B씨가 여러 민사·형사 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며 “B씨가 A판사에게 막연한 기대를 했을지 모르지만, A판사는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A판사가 B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연락하거나 선고 사실을 사전에 알아본 증거도 없다”며 “B씨가 A판사에게 알선 청탁의 의미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A판사가 그런 뜻으로 골프채를 받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판사가 B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량에도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A판사는 2019년 2월 인천 계양구에서 B씨로부터 52만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5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77만9000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판사는 또 2018년 B씨로부터 “사기 사건 재판에서 선고 날 법정 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법원 내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도 받았다.
애초 A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가짜’ 판정을 받았다. A판사는 재판에서 “B씨가 준 짝퉁 골프채는 ‘연습용으로 써보라’고 차량에 실어 준 것으로 바로 돌려줬다”며 “청탁도 없었고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21년 6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판사에게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0여만원 처분을 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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