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송구, 이재학이 말하는 그때 그 순간 “1루까지만 가라는 생각으로 공 던졌다”
NC 이재학은 주먹을 쥐지 못했다. 강습 타구를 정통으로 맞은 오른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재학은 “그래도 골절은 피했다”고 웃었다.
이재학은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5회초 타구에 손을 맞았다. 1사 주자 1루에서 SSG 오태곤이 때린 타구가 이재학의 오른손을 강하게 때렸다. 순간 이재학은 감전이라도 당한 듯 선 채로 부르르 떨었다.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재학은 땅에 떨어진 공을 주워 억지로 1루를 향해 던졌다. 이재학이 던진 공은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힘없이 1루로 날아갔다. 다행히 타자 주자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다. 이재학이 투혼으로 아웃 카운트 1개를 추가했고, 교체 투입된 김영규가 후속 타자를 막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날 NC는 SSG를 7-6으로 꺾고 준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마쳤다. 30일부터 KT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재학은 “너무 아팠다”면서도 “일단 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서)호철이가 콜을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바로 눈앞에 공이 보였고, 힘겹게 주워들어 1루로 던졌다. 이재학은 “타자는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던진다기보다도 그냥 ‘거기(1루)까지만 가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더 마운드 위에 설 수는 없었다. 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검진을 받았다. 이재학은 “내려갈 때는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엑스레이, CT 촬영을 했는데 다행히 골절은 피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2번째 투수 강습 타구를 맞았다. 지난 6월 22일 LG전, 선발로 등판한 이재학은 3회 문보경이 때린 공에 발등을 맞았다. 그때도 이재학은 고통을 참고 1루로 공을 던져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그리고 2이닝을 더 던져 5회를 채웠다. 경기 후 검진에서 이재학은 발등뼈 골절 판정을 받았다. 타구에 맞은 고통보다 투지가 더 강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학은 준플레이오프 2·3차전에 연달아 구원 등판해 3.2이닝 동안 2실점 했다. 2경기 모두 선발투수가 빠르게 무너졌다. 이재학이 중간에서 버텨주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재학은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서 준플레이오프 3연승으로 분위기 좋게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며 “다들 잘할 것 같다. 저도 꼭 플레이오프 가서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절은 피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정상 투구가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재학은 “뼈는 괜찮다고 하니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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