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얻어내고, 더 시간끌고…하마스의 인질 활용 전략
하마스가 방어 시간을 벌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붙잡아 간 인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200여명의 인질을 카드를 활용하며 적극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날도 하마스는 인질 석방 중재자에게 ‘200명 이상을 대규모로 석방할 의사가 있지만, 연료를 포함한 꾸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또한 공격 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처럼 이스라엘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 외에도 협상을 벌이며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하마스의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마스가 앞서 인질을 한번에 두명씩 두차례 풀어준 것 역시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간을 끌수록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침공을 방어할 준비를 할 수 있고, 민간인 누적 사상자 규모가 커지며 이스라엘은 국제적 지지를 잃게 된다. 풀려난 인질은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더 많은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팔레스타인정책연구소 알샤바카의 타리크 케니샤와 연구원은 “(소규모 인질 석방은) 가식적이며, 협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마스로선 시간을 벌어 이스라엘이 누리던 국제적 지원을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타미르 헤이먼 전무이사는 “하마스는 인질의 가족들과 이스라엘 사회의 고통을 연장하면서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해 인질을 한방울씩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인질 중에서도 민간인은 빨리 돌려보내고 싶어한다고도 추정한다. 이들을 억류하는 데에 자원이 많이 드는 데다 나중에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본격적으로 싸워야 할 때 이들을 이동시키는 일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인질, 특히 민간인을 이 정도로 많이 잡을 줄은 하마스 스스로도 몰랐다고 전해진다.
과거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협상에 참여했던 한 거손 배스킨은 “내가 보기에 하마스는 가능한 한 빨리 민간인 인질을 없애고 싶어한다. 이스라엘과 맞서는 것이 주요 목표라면, 보급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잡아간 인질 중 가장 ‘몸값’이 높은 건 이스라엘 군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스라엘 내 구금된 팔레스타인인과의 교환을 위해 끝까지 남겨지리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하마스 스스로도 “억류된 군인들은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600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만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까다로운 상황이라는 전언이 나왔다. 중재를 맡고 있는 이집트측 관계자는 “지난 몇주 동안 인질 석방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돌파구가 보이려고 할 때마다 한쪽(주로 이스라엘)이 마지막 순간에 물러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중 135명은 이스라엘인이 아닌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소지한 여권을 기준으로 볼 때 태국인 54명, 아르헨티나인 25명, 독일인 12명, 미국인 12명 등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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