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적법”…헌재, ‘국회 절차’ 강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직회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부의를 요구한 만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의결권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26일 오후 2시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전해철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방송3법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 것이 법사위의 법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한다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법 86조 3항에 따르면 법사위로 상정된 법안이 아무 이유 없이 60일간 심의되지 않고 계류될 경우 다시 소관 상임위로 환수된다. 소관 상임위원장은 환수된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고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같은 법 86조 4항을 보면 국회의장은 부의 요구가 있을 때 해당 법안을 각 교섭단체와 협의한 다음 곧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도록 돼 있다. 다만,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기명 투표를 거쳐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모두 이 같은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민의힘은 헌재로 달렸지만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국회법이 정하는 본회의 내에서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며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는 국회법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사위가 노란봉투법 심사를 지연시킨 데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헌재는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체계·자구 심사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달리 국회 내의 사정에 비춰 법사위가 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심사기간 내에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볼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노위원장의 부의 요구 행위에 권한침해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 하자가 후행 절차인 국회의장의 (본회의 부의) 가결 선포 행위에 승계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여기에 독자적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없다”며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고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무효확인 청구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노란봉투법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된 방송3법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국회법 86조 3항 중 ‘이유 없이’라는 대목의 해석이 문제가 된 사건을 다룬 첫 판단이다.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이와 관련해 “소관 상임위원장의 간사와의 협의 또는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의결, 국회의장의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또는 본회의에서의 표결이라는 국회 내부 절차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봤다.

국회가 이 같은 절차를 준수해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그 외 기관이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