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서 의료 AI 연구…언젠가 AI로 당뇨예측 가능해질 것"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정주원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의 내분비·외분비 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당뇨는 환자의 가족력이나 생활 습관 등을 보고 경험적으로 발병을 추정할 순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순 없다. 정 교수는 "팬시(Fancy)한 얘기"라면서도 언젠가 AI의 도움으로 당뇨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췌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정밀하고 쉽게 진단할 도구가 제한적이다. 정 교수가 '췌장 기능 진단 AI 모델'을 연구하는 이유다. 췌장의 내분비 기능을 제대로 진단하면 '당뇨'를 예측할 수도 있다. 외분비 기능을 본다면 환자의 '소화불량'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소화불량 원인이 췌장 기능의 이상이라고 진단이 가능해지면 1달 처방에 7만~8만원 하는 비싼 소화효소제의 건강보험 적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한국연구재단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 교수는 "연구비 지원은 3년으로 계획됐지만 10~20년 지속돼야 탄탄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장기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싶다"고 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의 경험이 정 교수 연구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송시영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소개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올해 은퇴한 송 교수는 정 교수의 스승이다. "췌장암의 대가이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송 교수는 '미로캠'이라는 캡슐 내시경 기기를 개발했다. 미국 메드트로닉의 필캠과 일본 올림푸스의 엔도캡슐 등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국산 제품이다. 정 교수는 송 교수와 함께 미로캠을 활용한 '이지스캔'(E.G.Scan)이라는 일회용 식도내시경 개발에 참여했다. 마치 청진기를 대듯 외래 환자 진료에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내시경 제품이다. 그러나 국내의 의료 상황 때문에 상용화에 실패했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 내시경 가격은 너무 저렴하고 검사 예약도 지체되지 않는다"며 "일회용 내시경의 기본 재료 만드는 것만큼의 수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더는 연구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의 전공은 소화기내과지만 하버드에선 흉부와 관련한 AI 의료 영상을 연구했다. 특히 AI 알고리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레이블링'(Labeling)의 효율화를 연구했다. 그는 "X-Ray의 AI 알고리즘을 만들려면 수백만장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걸 의사가 일일이 레이블링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이 과정을 자동화하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AI 알고리즘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는 의료 진료 과정을 충족할 수 없어 수많은 AI 모델을 임상에 적용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AI가 도출한 결과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방법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정 교수는 "X-Ray 사진 1장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 실제 어떠한 의사도 그렇게 하지 않고 아무리 고성능의 AI라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질병 진단은 환자의 임상 증상이나 징후 등 임상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서 내린다"며 "이런 임상 정보를 응용해서 AI 모델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X-Ray 사진과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COVID-19) 환자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마침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발병해서 가능했던 연구였다. 응급실에 온 코로나19 환자의 폐 X-Ray 사진과 생체 징후를 보고 하루나 이틀 뒤에 얼마나 증상이 심해질지 예측하는 AI 모델이다.
정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의 연구 경험이 우리나라와 사뭇 달랐다고 했다. 모든 의료 연구는 IRB(연구윤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IRB 통과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며 "일반적으로 우리 병원(을지대병원)에선 IRB에 연구를 신청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1달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하버드에선 연구 신청서를 제출하면 2~3일 만에 결과가 나온다"며 "연구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해도 2~3일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차이가 났다. 정 교수는 "AI 알고리즘을 만들려면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국내에선 그걸 이용하는 데 너무 큰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의료 데이터 보호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연구자 개인이 자신이 속한 병원의 데이터를 쓰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 교수는 "좋은 AI 모델을 만들려면 한 군데 기관의 데이터 갖고는 안 된다. 병원마다 환자의 특성이나 촬영 기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며 "여러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범용적인 알고리즘 개발이 가능한데 우리나라에선 병원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는 게 불가능해서 서로 협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인정보 이용 등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이 '오픈 마인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로필]정주원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를 거쳤다. 현재 을지대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나고야 아이치 암 센터 연수 경험이 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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