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이후 밀워키만 이기면 무조건 월드시리즈행…'밀워키의 축복' 받은 애리조나도 우승?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김한준 2023. 10. 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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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브루어스 선수단.사진 = AP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새로운 속설이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 밀워키 브루어스를 포스트시즌에서 이긴 팀은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이 가설은 현재 100% 들어맞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속설이나 징크스가 아닌 '공식'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대표적입니다. 애리조나는 우리시간 어제(2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4승 3패로 꺾고 월드시리즈에 올랐습니다. 2001년 이후 22년 만의 일입니다.

정규시즌 84승만 거둬 가을야구 최하위 티켓인 6번 시드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애리조나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우승팀이자 3번시드 밀워키를 2승 무패로 꺾는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NL 디비전시리즈에서 100승팀으로 2번시드인 LA 다저스를 3승 무패로 제압했습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4번시드인 필라델피아를 잡으며 그야말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현실이 될 분위기입니다.

밀워키를 꺾고 환호하는 애리조나 선수들.사진 = AP 연합뉴스

그런데 현지에선 밀워키를 이겼을 때부터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로 향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밀워키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5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인데, 이 밀워키를 꺾고 올라간 모든 팀이 최소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역순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이후 밀워키 이기면 100% 월드시리즈 우승

지난 2021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만나 1승 3패로 무릎을 꿇습니다. 그해 애틀란타는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꺾으며 1995년 이후 26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20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LA다저스.사진 = LA다저스 SNS.

코로나19로 단축시즌으로 치러졌던 2020년, 밀워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진출했고, 당시 1번시드였던 다저스를 상대합니다. 결과는 역시 밀워키의 패배, 그리고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꺾고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정상에 섰습니다.

2019년은 언더독의 반란이 극대화됐던 해였습니다. 당시 우승팀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워싱턴 내셔널스였는데, 워싱턴이 와일드카드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바로 밀워키였습니다. 워싱턴의 창단 첫 우승의 시작점은 또 밀워키였던 셈입니다.

그러니까 3번 연속으로 밀워키를 포스트시즌에서 잡은 팀이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겁니다.
2019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워싱턴 내셔널스.사진 = 워싱턴 내셔널스 SNS

아직까지 마지막 우승이 돼 버린 세인트루이스와 필라델피아…공통분모는 밀워키

2018년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고 강호 다저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납니다. 그해 기억에 남을 만한 명경기를 펼친 두 팀이었지만 결국 다저스의 4승 3패 승리로 끝납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고 맙니다.

2012년에서 2017년, 밀워키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암흑기 까진 아니었지만, 가을야구 초대권을 받기까진 한 두 걸음이 늘 부족했습니다.

2011년 포스트시즌 결과.사진 = MLB.com

2011년 강력한 전력을 뽐냈던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를 넘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지구 라이벌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붙습니다. 정규시즌 6게임이나 앞섰던 밀워키였지만, 2승 4패로 탈락하는 불운을 맛보게 됩니다. 세인트루이스는 그해 텍사스 레인저스에 승리하며 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우승은 전통의 명가 카디널스의 21세기 마지막 우승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해로부터 3년 전인 2008년 디비전시리즈,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밀워키는 필라델피아에 패배하는데, 역시나 필리스는 그해 탬파베이 레이스를 무너뜨리고 월드시리즈 왕좌를 차지합니다. 카디널스와 마찬가지로 필리스의 21세기 마지막 우승이었습니다.

2008년 포스트시즌 결과.사진 = MLB.com
1980년대부터 시작된 '밀워키의 축복'

2000년대 이전 밀워키는 지금과 같은 강호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1969년 창단된 밀워키는 21세기 전까지 딱 2번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1981년과 1982년이었습니다.

1981년 지금과 달리 아메리칸리그(AL) 소속이던 밀워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패배했고, 양키스는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양키스는 우승에 실패했는데, 양키스의 우승을 막은 팀은 다저스였습니다.

1982년 밀워키는 구단 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3승 4패로 세인트루이스에게 무릎을 꿇습니다. 당연히 우승은 세인트루이스의 차지였습니다.

밀워키의 에이스 코빈 번스.사진 = AFP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밀워키는 그간 8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밀워키를 꺾은 모든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확률적으로 낮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8팀 중 6팀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높은 우승 확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확률적으로는 75%에 해당합니다.

올시즌 밀워키를 꺾은 애리조나는 본인들이 원한 건 아니지만 우승 확률 75%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2019년 이후는 밀워키를 이긴 팀이 100% 우승을 차지했으니, '산술적인 확률'은 더 높아 보입니다. 과연 올해도 밀워키의 축복이 이어질까요? 애리조나는 22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게 될까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가을야구에서 밀워키를 상대하는 팀은 웃으며 경기에 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기기만 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우승 징크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징크스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좋은 우승 징크스는 처음이지 않을까요?

8번 가을야구에 올라갔지만 모두 상대방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비운의 밀워키.사진 = AP 연합뉴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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